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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선의 왕세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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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선의 왕세자 교육

입력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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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식·김정호 지음 김영사 발행·1만4,900원20명의 과외 교사, 39명의 학습 도우미, 13명의 개인 사서. 단 한 명을 교육하기 위해 70명 넘는 인원이 투입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장차 나라를 다스려야 할 왕세자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왕세자는 3정승을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고, 학습에 필요한 시중을 드는 하급 관리를 거느렸으며, 교육에 필요한 서책을 관리하는 장서각 관리를 따로 두고 있었다. 최고의 엘리트 교육이었다.

조선시대 왕자 교육에 각별히 주목한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김문식(39)씨와 어린이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진 아동문학가 김정호(36)씨가 함께 쓴 '조선의 왕세자 교육'은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왕실의 체계적 교육 제도와 교과과정, 왕실 예법, 왕세자들의 생활기록부까지 '왕자님 만들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왕은 말 한 마디로 국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데다 특별한 결함이 없는 한 종신직이다. 국왕의 언행이 그대로 국운이었던 만큼 철저한 교육이 절실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몸을 단정히 하는 태교에서부터 시작된 왕자 교육은 왕위에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됐다. 보양청과 강학청에서 담당한 어린 원자 교육은 '천자문' '동몽선습' 등 경서 학습 뿐만 아니라 음식과 옷차림을 보살피는 일까지도 포함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조청을 올리고 피로를 풀어주는 소금 목욕을 권했으며,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아이를 뽑기도 했다. 모두 학습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왕세자의 예절 교육은 놀랍다. 아침에 일어나 왕실 어른께 문안을 올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살피며 식사를 살피는 게 기본이었다. 행사에는 반드시 전례(典禮)가 따랐다. 어린 왕자가 스승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강의를 시작할 때의 개강례, 성균관에 가서 사부에게 교육을 받는 입학례 등을 올렸다. 국가 행사가 있으면 국왕을 수행해 국가 전례를 익혔고 중국 사신이 왔을 때는 국가를 대표해 손님을 접대했다.

왕자의 일과는 수험생과 마찬가지다.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조강(朝講)에 들어갔으며, 낮과 저녁에는 주강(晝講)과 석강(夕講), 수시로 관리를 불러 공부하는 소대(召對), 밤중에 침실로 불러 공부하는 야대(夜對)가 있었다. 여기에다 수시로 경서에 대한 지식을 평가하는 구술시험을 봐야 했고, 닷새에 한 번은 배운 내용을 모두 점검하는 문제은행식 시험을 봐야 했다. 방학도 없었으니 어지간히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술과 여색에 빠져든 왕자가 적지 않았다는 게 과중한 학습 부담의 한 결과였다.

원자가 세자로 책봉되면 본격적 제왕수업을 위한 세자시강원이 설치됐다. '효경'과 '소학'을 쉽게 풀어 쓴 '효경소학초해'나 역대 국왕의 행적 가운데 모범이 되는 사례를 모은 '조감' 등 특별 편찬된 책을 교재로 택했다. 활쏘기, 말타기, 사냥 등 체력 단련 뿐만 아니라 친히 밭을 가는 친경례와 누에를 치는 친잠례 등을 통해 백성의 삶 체험에도 동참했다. 왕세자의 신분으로 왕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청정이 왕세자 교육의 마지막 코스였다.

조선의 왕자 교육은 단 한 명의 어린이에게 가장 많은 인원과 예산이 들어간 특별 과외다. 그 목적은 물론 백성이 기뻐할 정치의 실현이었다. '세종이 다스린 30여년 동안 백성들은 그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기뻐했다'는 세종의 정치에 관한 실록 기록이 그러하다. 184권 분량의 개인 문집을 저술하고 2,500권의 책을 편찬한 정조에 이르러 학자 군주의 교육은 화려한 꽃을 피웠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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