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신도림역 앞 자전거 보관소는 '자전거 할아버지' 이주복(69·사진)옹의 일터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3년째 자전거 수리와 정돈업무를 자원봉사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관소 옆 조그만 공터에 '자전거 수리'라는 간판을 내걸고 고장난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 자원봉사차원이지만 자재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수리비를 받고 있지만 수리를 맡기는 자전거가 하루 10대도 안돼 그의 주 업무는 자전거를 가지런히 정돈하고 보관해주는 일이다. 특히 방학때는 자전거 지킴이는 물론, 동네 어린이들에게는 기초질서를 가르치는 등 훈장 선생님 역할도 한다.이씨가 이 같은 이색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은 3년 전 평생 직업이던 보일러 설비업을 그만두면서부터. 신도림역 앞에 수많은 자전거가 무질서하게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정돈하자는 생각에서 손을 대기 시작, 고장 난 자전거 한두 대를 고쳐 준 것이 계기가 됐다.
이씨에게 요즘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200여대 정도만 소화할 수 있는 보관소에 하루 500여대가 몰려들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정작 주인 잃은 자전거가 계속 늘어나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이씨는 "옛날에는 자전거 한대를 가지고 있으면 지금의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중하게 여겼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물건을 버리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시와 구청에도 불만이 많다. 지하철역에 자전거 보관소만 마련해놓고 전혀 관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전거 보관소만 설치해놓고 시민들이 알아서 관리하라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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