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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신문 제소의 문제점

입력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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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4개 신문사를 상대로 한 제소는 이해가 잘 안 된다. 비록 소송진행만큼은 퇴임 후로 연기 한다고 해도 그렇다. 백 보를 물러나서 다시 생각해 봐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자신의 법익이 침해당한 대통령에게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피해구제를 위해 쟁송을 택할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까닭은 이렇다. 이 나라에서 노 대통령 이상의 현실적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노 대통령은 과거 지역감정 타파를 명분으로 자신의 온몸을 던졌던 '바보 노무현'이 아니다. 자신이 최고권력자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았어야 했다. 설령 법원이 독립적인 판단을 해도 국민들이 그 결과를 쉽게 수용하겠는가. 법원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정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소는 그래서 문제다.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 최고의 국정행위다. 이 최고행위는 위엄과 권위를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영(令)이 서는 사회가 된다. 최근 일련의 노 대통령 판단이 과연 그런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민심은 노 대통령의 대 언론조치를 비롯한 일련의 사안들이 평상심을 잃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언론에 의한 노 대통령 흠집내기가 도를 넘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일부언론과의 악연은 이 정부출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지난 대선기간 내내 형평성을 잃고 '반 노(反盧)' 논조를 폈던 것은 부인 못한다. 이 정권 출범 후에도 자신들의 과오를 시정은커녕 오히려 합리화하려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부단히 괴롭혀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의 대응 역시 옳았다고는 하기 어렵다. 한 걸음 물러서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사사건건 맞서려 했다. 언론과의 접촉을 술이나 마시고 밥이나 먹는 것으로 폄하했고, 이런 과정에서 언론인의 최소한의 자긍심마저 훼손하는 일까지 잦았다. 이런 경직된 틀 속에서 공생방안이 나오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을 성취하는데 정공법만이 최선은 아니다. 때로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개혁을 화두로 일부 언론에 대해 정면돌파할 뜻을 밝혔다. 심지어는 일전불사의 입장까지 천명하기도 했다.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극단적 사고까지 하게 됐을까 하고 이해를 해보지만 그래도 그것이 정도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감정적 대응이 사태를 그르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청와대 개편만 해도 그렇다. 전문성이나 능력보다는 '코드'중심으로 짜여진 현 보좌구조가 국정혼란의 원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래서 여당인 민주당까지 청와대 참모진의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자리 바꾸기'로 끝났다. "더 이상 돕고 싶지도 않다"는 의원들의 푸념 속에서 이번 개편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된다.

원래 '코드'중심 사회에서 다양성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하물며 '안 됩니다'라는 간언(諫言)이나 진언(進言)은 당초 기대 밖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활발한 토론 다짐도 구두선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한마디하면 방향이 그 곳으로 확 쏠릴 개연성이 크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토론회는 '오야붕'의 한마디가 곧 결론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노 대통령도, 신문들도 차분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상처뿐인 싸움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노 대통령이 먼저 구원(舊怨)을 접어야 한다. 신문들 역시 '자고 나면 세상이 망할 것 같은' 자극적인 보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이 지겨운 이전투구를 언제까지 계속할 작정인가.

노 진 환 주필 jhr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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