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이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기관사나 총기소지 경비업무 등 안전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잇달아 발생,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서울 중랑경찰서는 21일 부모에게 가스총을 쏘며 난동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게 공기총을 난사, 경찰관 한 명에게 총상을 입힌 박모(38·무직)씨에 대해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일 오후 7시께 중랑구 중화1동 자신의 3층 옥탑방에서 식사 도중 애완견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보관중이던 가스총을 꺼내와 부모님에게 "내 개를 잡아먹었냐, 아니면 밖에 내다 버렸냐"고 위협하다 아버지에게 발사했다. 박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공기총 5발을 쏘며 난동을 피우다 진압에 나선 순경 안모(37)씨에게도 격발, 안씨의 오른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혔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운행 중이던 전동차에 치여 숨진 기관사 서모(37)씨가 5년 여간 우울증 등 각종 정신병 치료를 받아오면서도 수년 간 지하철을 운행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조사 결과 박씨의 방에서는 공기총 1정, 가스총 2개, 전기충격기, 일본회칼, 쇠사슬, 갈고리 등 각종 총포류와 흉기류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애완견은 나의 경호원" "총기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보관했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박씨는 평소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 지난 1984년과 94년 두 차례에 걸쳐 정신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4년 전부터는 약을 복용해왔다. 그러나 박씨는 87년부터 4년 여간 서울 A백화점에서 청원경찰로 일했고 97년부터 최근까지는 과천 경마공원 경비업무를 맡아왔다. 또 올해 초에는 한 달 동안 가스총을 소지한 채 서울 소재 B은행에서 청경으로 근무하는 등 15년 여간 경비 관련 일을 해왔다.
박씨의 은행 채용을 주선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채용신체검사를 실시했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며 "다만 정신병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희대 의료원 정신과 조아랑 교수는 "망상증 등 정신병 증세가 있는 사람은 평소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쉽게 흥분해 충동적으로 행동을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운전이나 경비 업무와 같이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채지은기자 skyiris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