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업체들이 분양 촉진을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해 온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이자후불제가 주택시장 침체와 가계대출 부실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주택시장 활황기인 2001년부터 본격 도입됐던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이자후불제는 중도금 부담 없이 계약금만 내고도 집을 분양 받을 수 있어 '단타매매' 등 주택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해 집을 분양 받은 수요자 중 상당수가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와 역(逆)전세난에 봉착하면서 팔기도, 세 주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6월말 현재 236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38조9,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9%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 가량인 85조원 가량은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이자후불제에 따른 대출금액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수요가 아닌 임대투자를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의 경우 전세수요까지 사라지면서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자칫 빚더미에 앉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계약금만 내고 입주 시점에 되팔거나 전세를 놓아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계산으로 분양을 받았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세입자조차 구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급매물로 처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투자자 신모씨는 "임대 투자를 목적으로 2년 전 일산 장항동에서 계약금 각 1,000만원에 오피스텔을 5채 분양 받았으나 세입자도 없고 임대수익이 크게 낮아져 입주를 앞두고 모두 급매물로 내놓았다"며 "아직까지 팔리지 않아 입주 후 빚만 지게 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일산과 분당 등 오피스텔 공급이 봇물을 이뤘던 지역에서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조짐이다. 일산 장항동과 백석동 일대는 평균 공실률이 30∼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연말까지 약 9,000여실이 추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폭락조차 우려되고 있다.
5월 입주한 분당 정자동의 '현대 아이스페이스'와 10월 입주 예정인 금곡동 '두산위브'도 급매물이 증가, 시세보다 최고 2,000만∼3,000만원 낮은 물건이 쌓이고 있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위원은 "아직 중도금 무이자 대출로 인한 피해가 크진 않지만 전반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거시경제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특히 고용 불안과 실업률 증가 등 악화한 경기침체 상황과 맞물릴 경우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카드 빚 못지않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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