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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메신저 시네토크-바람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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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메신저 시네토크-바람난 가족

입력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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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은 뜨거운 영화이면서 동시에 차가운 영화다. 온 가족이 바람이 난다는 선정적이고도 도발적인 주제가 뜨겁다면, 전통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틀을 해체하는 등장인물의 행동거지는 '쿨'하다. 영화팀 기자 두 명이 대화명 호정(여주인공)과 지운(옆집 고교생)으로 메신저토크 양식으로 영화를 분석했다.호정 '바람난 가족'은 참 묘한 영화지. 바람이 나오는데 분위기가 암울하고, 유쾌한 느낌도 들고.

지운 40대 남자 감독이 그런 발칙하고 도발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대견해.

호정 일단 영화가 기발하단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지운 고교생의 애를 배고 독립하겠다는 중산층 주부, 유부남 애인을 두고 또 다른 애인을 만나는 20대 처녀, 60대에 오르가슴을 발견한 것을 기뻐한 나머지 아들과 며느리에게 얘기하는 할머니 등등. 모든 면면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는 것 아닐까.

호정 이 가족이 대담해 보이는 것은 가족이면서도 서로 눈치를 안보기 때문일 것.

지운 가족의 가치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랄까, 그걸 실행에 옮기는 대담함이 부럽고도 쇼킹했지.

호정 이를테면 할머니는 자식 눈치 안 보고, 마누라는 남편 눈치 안 보고. 섹스 후에 여자가 자위하는 장면은 진짜 엽기적이야.

지운 어느 캐릭터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와?

호정 난 할머니(윤여정) 캐릭터가 가장 현실적인 느낌. '죽어도 좋아'의 할아버지가 절륜함 때문에 '세상에 저런 사람이'란 느낌이 강했다면, 이 할머니처럼 남편과 애정 없이 산 노인들이 늦바람 들어 그렇게 즐거워 할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을 주더군.

지운 하지만 문소리의 캐릭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사람이 많지. 왜 갑자기 고등학생을 만나는지, 그를 사랑하긴 하는 건지, 임신해서 독립하게 되는 계기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문소리 캐릭터는 임상수 감독이 이상화한 매력적인 중산층 미시족 아닐까.

호정 가장 논쟁적인 캐릭터가 호정일 듯. 주영작은 한국의 돈 많은 남자의 전형 같은 데 반해 호정은 이해가 안되지. 아마도 호정이 평소 남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지운 난 할아버지(김인문)가 인상적. 그렇게 냉소적이고, 장렬하고, 참견 안하고, 그런 태도로 늙어가는 모습이 멋지더군. 사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윤리적 면에서 좀 시대를 앞서가는 측면이 있어.

호정 김인문의 발견! 가장 잔인한 대목은?

지운 잔인하다기보다 어이 없는 대목인데, 한참 성지루(우편배달부 역)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던 관객의 시선은 아이를 던지는 장면에 당황할 것.

호정 난 입양된 아이가 "근데 입양된 거 몰랐을 때가 더 행복했다"고 말할 때. 쿨한 듯한 어른들의 논리가 유치하지만 따뜻한 감정을 그리워하는 아이에게 진짜 상처가 되는 느낌. 이 영화는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에게도 참 의미 있는 영화가 될 것. 봉태규는 아마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고. 그의 주옥 같은 대사를 보자면 "한번 보죠. 교육적으루다가"(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번엔 진짜 미안해요"(첫 관계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자), 같은 대목.

지운 임 감독은 논쟁거리를 생산할 줄 아는 감독이고, 이런 점이 관객에게 '다른 시각'의 영화를 선사할 수 있었던 듯.

호정 한국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가족을 묘사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흥행도 깜짝 뉴스. 연기를 끌어내는 감독의 힘이나 지루하지 않는 스토리, 게다가 우울한 감상에 젖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 병폐가 없더군.

지운 일단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른 감상자를 찾아서 견해를 나누고 싶어할 듯.

호정 의심쩍은 눈초리(무거운 영화 아닐까)로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갔던 사람이 '아니나 다를까'하는 심정을 갖고 나오게 될 것 같은 영화. 실제로 임산부 아내와 극장에 갔다가 민망했다는 관객도 있음.

지운 관객에게 계속 잽을 던지고 아프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런 아픔을 즐겁게 받아들일 대목 또한 많지.특히 네 가족이 이불 하나 뒤집어 쓰고, 할머니의 성 경험을 듣는 대목.

호정 하긴 마지막 대목도 늘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여보 내가 잘못했어" 분위기가 아닌 것도 시원하긴 하더라. 드라마'앞집 여자'랑 너무 비교되는 영화.

지운 황정민이 '아웃이야'란 아내의 말을 뒤로 하고 나가면서 두 발을 공중에서 딱딱 맞부딪치는 장면도 괜찮았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나갔으면 영 아니었겠지만.

호정 이 영화의 교훈은?

지운 정직해 지자, 눈치보지 말자, 이제 소신껏 살자

호정 감독은 행복하게 살자고 만든 영화라는데.

지운 그렇지. 자신을 너무 억누르지 말자. 그렇다고 아내에게 알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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