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핵심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수행 풍토를 바로잡으려는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된다.승려들의 수행모임인 선우논강은 22일 남원 실상사에서 '왜 간화선인가'를 주제로 제8회 논강을 연다. 2월 '간화선과 위파사나,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주제로 연 제7회 논강에서 제기된 반성을 기반으로 간화선 수행 풍토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송광사 강원 학감 원경 스님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한 문화가 상위 문화권에서 하위 문화권으로 전이될 때 성장을 멈춘 채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문화의 화석화'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한국의 간화선 전통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700공안을 경전에 앞서는 깨달음의 준칙으로 여기는 풍토를 예로 들면서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무조건 전해지는 공안을 최고로 인식하는 것이 간화선 화석화의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원경 스님은 이런 현상이 기본적으로 승려 교육의 미비에서 초래된 것이라면서 강원 교육에서 선종사나 교학 등 이론 체계를 확립토록 하고, 다양한 학림을 개설해 수행 풍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주 칠불암 월암 스님은 "가치관이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불교만이 진리라든가 그 중에서도 간화선 만이 최고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면서 "간화선이 최상승의 수행법임을 이론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간화선의 문제는 간화선자(看話禪者)에 대한 교육의 문제"라면서 선강원(禪講院) 등의 교육기관을 설립해 선 수행의 이론과 실천을 교육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은 "탐(貪)진(瞋)치(癡)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 현대사회를 넘어설 수 있는 윤리적 생활을 실천해야만 간화선을 우뚝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