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대여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 등 국정 협조를 강조하던 정책우선 행보는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최병렬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현대 비자금과 노 대통령 주변 비리 등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최우선 하겠다"며 "더 이상 말로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 "빨리 여야를 바꿀 수 밖에 없고, 빨리 바꾸는 게 나라를 위해 좋다"고 정권에 대한 독설을 계속했다.
홍사덕 총무도 "9월 정기국회는 노 대통령에 대해 전면 투쟁하는 국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총무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민주당이 교묘하게 막고 있지만 2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정기국회 첫머리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이 강공 기조는 내부적으로 "야당인지 여당인지 헷갈린다", "대여 투쟁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재선그룹의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동기는 "정부에 협조를 해도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협조의 과실은 정권이 챙기고 자기들은 오히려 "뒤통수를 얻어 맞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가 "현 정권은 너무 교활하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사기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주5일 근무제의 경우 "정부·여당은 정부 안만 덜렁 내놓고 뒷짐을 지거나,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딴 소리를 하고 있다가 경제를 걱정해 정부 안을 통과시키려는 야당에 정치적 부담을 몽땅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얘기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중소기업인력지원 특별법은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민주당 보다 열흘 이상 일찍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여당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이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정기국회 내 법안처리 방침을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또 "주5일 근무제도 (민주당과 정부가) 당정협의해서 만들어 놓고 한나라당이 앞장서 만든 것으로 호도했다"고 비난했다. 이 의장은 이어 "말 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 주 5일제, 신당, 화물연대 파업 등 골치 아픈 중요 현안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중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홍 총무도 "노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속임수를 펼치고 사기극과 쇼를 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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