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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주5일 근무제와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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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주5일 근무제와 제조업

입력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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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뜨거운 논란을 거쳐 마침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주5일 근무제의 정확한 명칭은 사실 주 40시간 근로제이다.현행 주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인데 그 결과가 주5일 근무로 가시화하기 때문에 그렇게 바꿔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근로시간은 정말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지 모른다.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은 줄지만, 정확히 이 시간을 지켜 일하는 기업은 현재도 별로 없다. 초과근로, 연장근로, 휴일근무 등으로 법정 시간을 휠씬 초과해서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도 실제 근로시간은 주 48.3시간(2001년 제조업 기준)으로 법정시간보다 휠씬 많다.

따라서 산업현장에서 주5일 근무제는 근로시간이 감소하기 보다는 임금이 더 올라가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지난 4년간 생산성 증가율이나 물가상승률의 두 배가 넘게 오른 임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주당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이다. 경제발전으로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휴식과 여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주5일 근무제가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관광 오락 문화 등 내수를 부추겨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잠재성장률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별로 본다면 제조업에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5일제의 수혜자가 서비스업이라면, 피해자는 제조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서비스업의 발전이 제조업에도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지만, 국내 제조업은 내수보다는 수출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서비스업의 발달도 필요한 일이지만 아직 우리 경제의 뿌리는 제조업이다.

수출을 통한 국부(國富) 증대를 보나, 고용 창출 효과를 보나 국민경제를 살찌우는 젖줄이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통신 등 몇몇 제조업의 경쟁력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비스업도 기름진 제조업의 토양이 있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제조업은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연 5,000만∼6,000만원의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툭하면 파업을 하는 대기업 노조, 기업을 지원이 아닌 규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반기업 정서 등 적대적 환경 때문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로 초래된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5∼10년내 국내 주력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낳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주5일 근무제 논의는 찬반론으로만 일관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주5일 근무제 시행이 경제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추진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배 정 근 경제부장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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