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일 연합기구 결성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천주교의 추기경, 불교의 조계종 총무원장 같이 공인된 교계 대표나 대표기구를 세우는 '연합과 일치'는 수많은 교단으로 분열된 개신교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개신교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백도웅)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가 최근 통합을 위한 시나리오를 밝혔다.그 동안 통합에 소극적이었던 양대 기구가 각자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주요 교단 대표들로 구성된 교단장협의회(상임회장 한명수 등 3인)가 적극적으로 양측에 압력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앙대 기구와 교단장협의회 대표로 구성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9인 실무위원회'는 9월 1일 교회연합의 정신을 담은 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양측이 제시한 연합안에 대한 절충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연합 논의가 구체화,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인위원회는 6월 이후 3차례 모임을 통해 연합을 위한 로드맵 작성을 준비해왔다.
양대 기구가 밝힌 연합의 방법론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한기총은 2007년 완전 연합을 목표로 하는 3단계 연합론을 7월 제시했다. 우선 1단계로 두 기구가 구제, 봉사, 선교, 이단·사이비 대책 등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2단계로 2004년까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서로를 인정하며 연합한 후, 3단계로 2007년까지 완전한 연합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KNCC는 13일 2010년을 시한으로 하는 5단계 연합론을 내놓았다. 1단계로 양 기구의 대표성을 지닌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포럼'을 구성해 교회 분열에 대한 공동의 죄책을 고백하고(2003∼4년), 2단계로는 지역까지 이를 확대해 '지역교회 연합과 일치 포럼'을 구성한다(2005년). 3단계는 이 포럼을 의사결정권을 지닌 '지역교회협의회'로 개편하고 공동 위원회와 실무팀을 구성해 선교 등의 업무를 공동으로 진행한다(2006∼8년). 4단계는 5년간의 활동을 평가하는 단계이며, 긍정적일 경우 기구 통합의 5단계로 진행하고 부정적일 경우 새로운 단계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한기총이 최종 목표인 기구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KNCC는 연합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기총이 기구 통합을 통한 개신교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반면 KNCC는 이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혁신을 대변하는 양대 기구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서로 얼마나 절충할 수 있는지에 연합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게 개신교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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