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는 명산이 있다. 강천산이다. 군립공원에 불과하지만 어느 명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계곡과 봉우리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산이다.
준비
여행의 중심은 산행이다. 강천산 인근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편하다. 산 입구에 먹거리촌과 함께 숙박시설이 있다. 구룡파크장여관(063-652-6767), 강천각여관(652-9920) 등이 있다. 먹거리촌의 대부분 식당에서 민박을 친다. 화려한 시설은 아니지만 숙박 문제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영복을 꼭 챙긴다.
출발
호남고속도로 태인IC에서 빠져 30번 국도를 타다가 27번 국도를 갈아타면 순창읍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전주IC로 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옥정호를 건너는 방법도 있다. 읍에서 강천산으로 가는 길이 복잡하다. 가장 편한 방법은 담양행 24번 국도를 이용해 서진하다가 백산리에서 793번 지방도로로 우회전, 약 10㎞ 북상하면 왼쪽으로 강천산군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강천산 산행
강천산 산행은 코스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관광용' 코스는 신선봉 전망대까지 오르는 것. 왕복 5㎞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짧은 코스이지만 볼 것은 다 본다. 강천산의 제1명물인 현수교(구름다리)를 건너고 바위가 묘하게 결정을 이룬 신선봉에 오른다. 발 아래로 현수교와 강천산 계곡이 보인다.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는 등산로 입구에 있는 강천사이다.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도선국사는 풍수지리설을 처음 소개한 인물. 이 절의 터가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보물 제728호인 설씨부인 권선문첩이 보관되어 있다.
가장 긴 산행코스는 강천산 연봉의 최고봉인 광덕산(해발 565m)에 오르는 것. 약 11㎞로 5시간 정도. 신선봉, 선녀봉, 산성, 북바위, 연대봉, 송낙바위 등 강천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아침 일찍 산에 오르면 어느 코스든지 오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강천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 (063)650-1533.
점심 산채정식
강천산은 산채로 유명한 산이다. 산채정식이나 산채비빔밥은 하산 후의 점심 메뉴로 안성맞춤이다. 서서히 순창고추장의 맛을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산주로 막걸리를 한 잔 곁들인다면 더욱 환상적이다. 강천산 먹거리촌에서 맛볼 수 있다.
강천산 계곡 물놀이
강천산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이 계곡은 여름 한 철 지역 주민들의 피서지로 사랑을 받는다. 등산 후 탁족만 할 것이 아니라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풍덩 뛰어들어 본다.
저녁 민물매운탕
순창을 흐르는 물줄기는 섬진강의 상류이다.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가 많다.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등 양식이 어려운 어종들이다. 투박한 투가리에 갖은 야채를 넣고 끓인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거의 없어 처음 접하는 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식사 후 산그늘에서 하루를 더 묵는다. 산행의 피로를 없앨 겸 푹 잔다.
순창고추장 탐방
본격적으로 순창고추장을 탐방한다. 순창고추장이 유명해진 것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스승인 무학대사를 방문하기 위해 순창군 소재 만일사를 찾았을 때이다. 어느 농가에 들러 점심을 청했는데 반찬으로 고추장이 상에 올랐다. 이성계는 그 때의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해 진상토록 했고 순창고추장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가장 유명한 고추장이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시기가 임진왜란 이후라는 것이 정설이니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맛만 있으면 그만아닌가.
순창 어디를 가나 '고추장'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헷갈린다. 그럴 때에는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찾으면 된다. 전통의 맛을 보존하기 위해 1997년 군에서 순창읍에 아예 단지를 조성했다. 50여 농가에서 고추장을 담가 전시하고 판매한다.
점심 한정식후 출발 집으로
순창읍내엔 호남 먹거리의 정수가 응집된 한정식집이 많다. 다른 지역과 다른 것은 역시 고추장을 소재로 한 밑반찬이 많다는 것. 남도의 농익은 음식맛에 감탄을 하는 순간이다. 휴가 기간이 끝나가지만 여전히 일요일 오후는 혼잡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발하지 않으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