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22개월된 아이와 나들이를 가거나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죠. 매주 하루씩 늘어난 휴일을 아이에게 쏟아 부으니 제대로 엄마노릇하는 것 같습니다."이미숙(33·하나은행)씨는 지난해 7월 은행들이 주5일 근무를 도입하면서부터 주말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연월차를 활용한 토요휴무로 지난해에는 유급휴가수당이 약 50만원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임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휴식도 충분히 취할 수 있게 되는 등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해 입사 때부터 주5일 근무를 했던 정지균(31)씨는 5월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남편 장건희(33)씨가 주5일 근무에 들어가면서부터 그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주말 여행이 부쩍 늘었다. "사실상 금요일 오후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다가 샌드위치데이도 연휴로 쉴 수 있게 돼 주말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박주한(31·신한은행)씨는 주5일 근무 도입 이후부터 토요일마다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입사 이후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질 못했었다"며 늘어난 여가에 대만족이다. 그가 일요일마다 참가하던 사내 테니스동아리도 토요일로 모임 날짜를 바꾸면서 30명으로 회원수가 크게 늘어났다.
내년 7월부터 주5일 근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주5일 근무가 도입되면 연간 휴가일수는 현행 91∼101일에서 134∼144일로 늘어나게 된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5일 근무는 극소수만이 누리는 혜택이다. 노동부가 올 1월 5,357개사를 대상으로 토요휴무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월 4회 토요휴무로 완벽한 주5일 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는 7.6%(406개사)였다. 이를 포함해 32.6%(1,749개사)가 월 1회 이상 토요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주5일 근무는 직장인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으며 그 바뀐 삶에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도입한 신한은행이 직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1%가 '늘어난 휴일시간을 주로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답했고, 52%는 '자기 계발을 하면서 주말, 휴일을 지낸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주5일 근무제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응답자 전체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삶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대답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주5일 근무를 뒷받침할 만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도 적지 않다. 7월부터 주5일 근무에 들어간 인터넷게임벤처 미디어웹 직원 이성주(31)씨는 "처음 주5일 근무를 도입할 때는 주말 여행을 계획하는 등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2박3일 여행을 다녀오려해도 여행상품개발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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