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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하루 나들이-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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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하루 나들이-성지순례

입력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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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는 흔히 고행의 길로 비유된다. 종교의 탄생과정에는 박해와 탄압의 역사가 숨어있다. 종교는 순교자의 죽음을 거름으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역사도 예외가 아니다. 18∼19세기 가혹한 탄압 아래 수많은 순교자를 낳은 곤욕의 역사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답은 달다. 이 땅에 수백개의 성지가 생겨났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 기도와 순례의 성소가 된 것이다. 서울에만도 절두산, 새남터, 명동성당 등 쉽게 갈 수 있는 성지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일대에는 특히 규모가 크고 유명한 성지들이 산재해 있다. 주위 경관이 빼어나 일반인을 위한 관광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불교유적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답사여행도 이제는 틀이 깨지고 있다. 성지순례코스가 중요한 답사여행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건한 마음과 함께 가벼운 기분으로 다녀올만한 수도권 유명 성지들을 소개한다.미리내성지 ● (031)674-1256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다.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등을 피해 경기, 충청지역 신자 100여명이 깊은 산골인 이 곳에 집단정착했다. 이들이 밤에 피운 불빛이 마을 아래에서 보면 마치 미리내(은하수의 순 우리말)처럼 보였다고 해서 붙여졌다. 미리내성지가 국내 대표적인 성지가 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1822∼1846) 신부의 시신이 안치돼있기 때문.

사제서품을 받고 국내로 들어와 선교활동을 벌이던 김 신부는 1년 만에 관가에 붙잡혀 서울 새남터에서 처형당한다. 이민식 신자가 버려진 채 방치된 시신을 수습, 7일만에 이 곳에 모셔왔다고 한다. 김 신부의 어머니 우술라, 김 신부에게 사제서품을 내린 페레올 주교 등 신자 22인의 시신이 모셔져 있다. 한국 성인 103인을 기념하기 위한 천주성삼성당을 비롯, 순례자의 길, 예수수난 14처상, 겟세마니동산 등 묵주기도로도 마련돼있다. 규모만 30만평에 달한다.

휴식공간도 충분해 순례답사자 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주변에 음식점이 많지 않으니 도시락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 2번 출구앞에서 평일에만 매일 오전 9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자가용으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용인IC에서 나와 45번국도를 따라 안성방면으로 진행하다 미산리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성지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천진암성지 ● (031)764-5994

경기 광주시 퇴촌면 앵자봉기슭에 위치한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 1779∼1784년까지 이벽, 이승훈, 정약종 등이 학문공동체 성격의 강학회를 세운 곳이다. 당시 서학으로 불리는 천주교리를 연구하면서 신앙공동체가 됐다. 학문연구가 종교화한 사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성지내에 이들의 묘가 안치돼있다.

1979년부터 100년에 걸쳐 짓고 있는 천진암대성당 사업은 또 다시 한국 천주교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예정.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강학회 학자들이 아침마다 세수를 했다는 빙천(氷川)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 겨울에도 얼지않는다는 신비의 샘이다. 매일 오전 6시30분과 낮 12시에 미사가 있고 오후 2시∼4시까지는 고백성사가 진행된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밤 7시에는 촛불기도회가 열린다.

중부고속도로 경안 IC에서 나와 퇴촌방향으로 15㎞가량 오면 천진암입구가 보인다. 입구에서 7.5㎞에 달하는 계곡의 경치가 압권이다. 팔당호와 인접해있고 인근에 음식점이 즐비하다.

죽산성지(이진터) ● (031)676-6701

경기 안성시 죽림리에 있다. 병인박해(1866) 때 가장 참혹하고도 혹독한 방법으로 신자를 처형한 순교성지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곳의 지명은 이진(夷陣)터. 고려때 몽고군이 죽주산성을 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한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곳으로 끌려가면 그를 잊으라고 해서 '잊은 터'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95년부터 성지로 조성되기 시작, 광장, 성당, 피정관, 묵상 산책로, 순교자묘, 돌묵주기도의 길 등이 들어섰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 수련장도 조성될 예정이다. 처참했던 역사의 현장이 공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부 고속도로 일죽 IC에서 나와 38번국도 안성방향으로 500m가량 진행하다 광장휴게소를 끼고 우회전하면 된다.

남양성모성지 ● (031)357-5828

경기 화성시 남양동에 있다. 병인박해 당시 무명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1991년 10월7일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도록 봉헌되면서 국내 유일의 성모성지가 됐다.

15단 돌 묵주기도 길(1.2㎞)과 야외 십자가의 길(1.3㎞), 로사리오동산 등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화성시가 화성8경 중 하나로 지정했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제부도로 가는 길에 있어 연계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로 나와 제부도 방향으로 가다가 남양농협앞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수원역에서 오산방향으로 100m가량 내려와 좌석버스(400, 400-1, 999)를 타도 된다.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그밖에 가볼만한 곳

골배마실성지(031)338-3374 김대건 신부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다. 사제서품을 받은 뒤 국내로 숨어들어와 이 곳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수도권 남부지역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스키장인 용인 양지리조트내에 위치하고 있다.

남한산성성지(031)749-8522 국내 최초의 천주교박해인 신해박해(1791)에서 병인박해(1866)에 이르기까지 4차례에 걸친 박해때마다 순교자가 생겨난 곳이다. 기록으로만 순교자가 300명을 넘었다. 도심과 가까운데다 성곽주변으로 길이 잘 나있어 등산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단내성지(031)633-9531 김대건 신부의 선교활동 중심지. 이 곳에는 주로 가족단위 순교자들이 묻혀있어 가정평화를 위한 성가정(聖家庭) 성지로 관리되고 있다.

구산성지(031)792-8540 103위 성인 중 한명인 김성우가 태어나고 묻힌 곳으로 하남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돼있다. 인근 하남 미사리조정경기장과 연계하면 좋다.

손골성지(031)263-1242 수원, 용인지역 주민들의 등산코스로 유명한 광교산 동쪽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기해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이 집단촌을 이뤘던 곳이다. 인근 낙생저수지 일대에 카페촌과 음식점이 많다.

둔토리성지(0310711-4268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국사봉 동쪽 산 능선에 위치한 동굴. 서 루도비꼬 볼리외 신부가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곳이다. 사람 8명 정도가 쭈그리고 앉을만한 공간으로 동굴안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동굴내부는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하다.

수리산성지(031)449-2842 안양시와 군포시 경계에 있는 수리산 자락에 있다. 김대건 신부와 함께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의 부친 최경환 성인의 묘와 성모동산 등이 주변 꽃들과 어우러져 소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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