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1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 "6자 회담의 핵심 과제는 북·미간에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하버드 국제학생회의 개막식에서 '아시아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원칙은 일괄 타결하고 실천은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퇴임 이후 처음으로 대외 행사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전통인 주권재민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맹자의 '역성(易姓)혁명론'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그는 "2300년 전 중국의 맹자는 '임금의 권력은 하늘이 백성에게 선정(善政)을 하라는 천명과 더불어 내린 것이다. 만일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 퇴진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 등과 연결해 정치권에선 발언 배경을 주목했다. 그러나 김한정 비서관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전통을 설명하기 위해 평소부터 강조해 온 것으로 다른 뜻은 전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김옥두 민주당 의원,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측근들이 동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회복됐고, 대외 활동을 하는 게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참모들이 연설을 적극 권했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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