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경쟁국에 비해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업계의 대응노력도 미흡해 5∼10년 후 자동차, 화학,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기반마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발표한 '제조업공동화 가속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주요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동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구조개선 등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의 해외투자건수는 1994년 1,000건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800건에 육박하는 등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다.
공동화 실태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수석연구원은 "제조업은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공동화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조업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수준이고 고용도 26%를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제조업 공동화→고용감소→이공계 기피→신 산업기술 창출 미흡→혁신능력 부족→성장잠재력 약화의 악순환 고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신발의 경우 70∼80년대 세계1위 수출품목에서 이제는 무역적자 업종으로 전락했다. 신발의 지난해 국내생산비중은 75년의 48%, 88년의 11% 수준으로 격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섬유의 해외투자규모도 23억6,000만 달러(지난해 기준)로 제조업전체의 11.1%(건수기준 21.7%)를 차지할 정도로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가전은 90년대 중반부터 해외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품목의 국내 생산기반은 유지, 그나마 공동화를 방지한 품목으로 꼽힌다. 오디오, 백색가전, 세탁기, 일반TV, VCR 등 저부가가치 품목은 대부분 해외생산체제로 전환했으나 프로젝션TV, 액정표시화면(LCD)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라인은 국내에 구축돼 무역흑자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작기계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뚝 떨어지면서 산업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
공동화 대응방안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술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을 육성,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화가 심화한 후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공동화를 전제한 산업정책을 구사하고, 글로벌 분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10대 신성장산업의 조기 발굴 및 육성과 기술의 융합·복합화를 통한 신기능 부가로 후발국 추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의춘기자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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