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일 "진짜로 국가가 혼란스럽고 위험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국민이 위임한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세계 한인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기가 대통령인 저도 힘들지만 과도기적 질서로 이해해 나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선 즉각 여러 가지 해석과 논란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무엇을 뜻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에는 계엄령, 긴급조치, 긴급명령 등의 비상대권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특단의 대응'까지 염두에 둔 것이냐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다과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힘이 아닌, 대화와 타협에 의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가운영에 어려운 상황이 오면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을 법대로 행사하겠다"고 말할 때 장내 분위기가 일순 엄숙해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이제 공권력을 앞세운 정치가 아니라 법과 원칙이 확립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는 '힘과 공권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노 대통령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을 통해 "지극히 원칙적인 얘기이며 많은 사람이 국가질서가 흔들리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정부가 즉각 (힘으로) 개입하지 않는 데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해외동포를 안심시키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윤 대변인은 또 "과거에는 안기부, 검찰 등 권력기관을 통해 상황을 제압했다"며 "지금은 권력기관이 제자리를 잡아 나가면서 과도적 혼란이 있지만 이 과도기를 잘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도 다과회에서 "대통령이 힘이 없어 보이고 정당을 지배하지 못하고 검찰과 국정원을 장악하지 못해 걱정하는 분이 있으며 특히 연세 많은 분이 그런 걱정을 하신다"며 "그러나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는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슷해지는 것이며, 바뀐다고 국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이런 말씀은 안드리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언론과의 관계가 좋지않아 보이고 대통령이 속수무책으로 공격받는 모습을 보며 대통령이 약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지만 이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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