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방송가의 화제작인 MBC 드라마 '조선 여형사 다모'. 인터넷 게시판마다 '다모 폐인'을 자처하는 마니아들이 도배하다시피 글을 올리고 있어 '다모 신드롬'이라도 부를 기세지만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다모'에 쏟아지는 높은 관심과 시청률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40·50대 시청자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가 7월28일∼8월6일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모'와 KBS2 '여름향기' 시청률은 16%대에 머문 반면, SBS '야인시대'는 22∼24%를 기록했다.
화려한 HD 영상, 탄탄한 줄거리 등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다모'의 시청률이 광복 이후를 다룬 정치드라마의 성격이 짙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야인시대' 시청률보다 낮은 것은 의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령별 시청자 분포를 살펴보면 이런 의문은 금세 풀린다. 이번 조사에서 '다모'의 시청층은 10·20대가 30%, 40·50대 이상은 33%로 나타났고, '야인시대'는 10·20대는 적지만 40·50대 이상은 56.7%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분포는 시청률의 현격한 차이로 이어진다. 40·50대 시청자가 크게 늘어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TNS가 올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연령별 시청점유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10대는 8.3%, 20대는 12.7%에 그쳤다.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무려 73.9%를 차지했다. 40·50대의 눈길을 잡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대박 드라마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TNS 관계자는 "10·20대의 젊은층이 지상파 TV 앞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어 40·50대 시청자가 지상파 TV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지상파 TV에서 40·50대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위성 등 뉴미디어 방송이 약진하고 인터넷 다시보기(VOD)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10·20대가 지상파 TV 앞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에 비해 10대 시청자의 지상파 TV 개인시청률은 14.7%에서 7.2%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20대도 14.7%에서 9.2%로 5.5%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어린이 대상 TV만화의 경우 이미 주도권이 지상파 TV에서 투니버스나 JEI스스로방송 등 케이블TV 채널로 넘어간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40·50대를 겨냥하지 않고서는 대박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분명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본근 SBS 드라마 CP는 "최근 젊은층을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가 과거보다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40·50대 시청자층을 끌어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정통 멜로물과 사극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녀와 나무꾼' '스크린' '백수탈출' 등 트렌디 드라마에서 잇따라 실패한 SBS는 최근 정통 멜로물 '태양의 남쪽'(30일 첫방송)과 '첫사랑'(2일부터 방송 중)을 주말드라마로 배치했다. 40·50대 시청자를 향한 '러브콜'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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