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마이크 대신 전화 수화기를 잡고 부르지만 노래가 전파에 실려 전국에 울려 퍼지는 순간만큼은 인기가수 부럽지 않은 '라디오 전화 노래자랑'. 1991년 5월 전국을 휩쓴 노래방 붐을 방송에 접목한 전화 노래자랑을 선보인 이래 폭발적 인기를 모아온 KBS 2라디오 '희망가요'(수도권 FM 106.1㎒·오후 2시5분)가 9월 3일 4,500회를 맞는다.전화 노래자랑에는 지금까지 2만 여명이 참여해 노래솜씨를 뽐냈고, 5년 도전 끝에 연말 장원을 차지한 50대 주부 조기량씨 등 3명이 가수의 꿈을 이뤘다. 참여 신청이 폭증해 올 초만해도 3개월 정도이던 신청 후 출연까지 대기 기간이 요즘은 5,6개월로 늘어났다.
라디오 프로그램마다 전화 노래방이 우후죽순 생긴 뒤에도 '희망가요'가 원조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빵빵한' 반주. 초창기 아코디언으로 시작한 반주는 어쿠스틱 기타를 거쳐 키보드, 베이스, 기타, 색소폰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발전했다.
전문가의 즉석 심사평도 자랑거리. '해뜰 날'의 신대성,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의 임종수씨 등 유명 작곡가 5명이 번갈아 출연해 잘하고 못한 점을 친절히 일러주는 심사평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97년부터 '찬찬찬'을 만든 인기작곡가 이호섭씨와 이 프로를 공동 진행해온 임수민 아나운서는 "죽음을 앞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가장, 가출한 남편을 찾기 위해 나선 아내, 흥에 겨워 전화기를 사정없이 흔들다 코드가 뽑히는 바람에 전화 연결이 끊겨 방송 사고를 낸 일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희망가요'는 이밖에도 청취자가 보내온 가사에 곡을 붙여 들려주는 '북치고 장구 치고'를 비롯해 '가요박사 만세' '가요 퀴즈' 등 대부분의 코너를 청취자 참여로 꾸미고 있다.
'희망가요'는 4,500회 특집으로 27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공개방송을 연다. 남진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주현미 인순이 김종환 정수라 빅마마 윤도현밴드 등이 출연해 트로트에서 발라드, 록까지 망라한 축하 무대를 펼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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