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문화예술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20일 오전 동국대 졸업식장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귀순배우 김혜영(31·사진)씨는 남북 양쪽에서 학사가 된 최초의 연기자라는 영광을 안았다.바쁜 연예활동과 학업을 병행한 끝에 이날 영광의 학사모를 쓴 김씨는 "사실 처음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고생도 꽤 했다"며 "그러나 딱딱한 북한의 대학교육과 달리 교수님과 농담도 주고받는 자유로운 대학생활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8년 귀순한 김씨는 평양연극영화대 배우학부를 졸업한 학력을 인정받아 2000년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3학년에 편입했다. 그는 남북의 연극영화학에 대해 "북의 배우학은 순수함이 깃든 반면 신파적 요소와 사상적 제한이 많고, 남의 연극학은 사회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자유로운 표현과 개성이 장점"이라며 "앞으로 남북한 연극영화학의 장점을 조화시켜 남북합작 영화와 연극 등에 출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또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위해 20일 입국한 평양연극영화대 후배들을 찾아가 먼발치에서나마 꼭 보고싶다"며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남북관계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함북 청진 출신의 김씨는 어릴 때부터 일찍이 예능에 두각을 나타냈으나 부모의 출신성분 때문에 평양연극영화대를 졸업하고도 '보천보 전자악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성형외과 의사 이철용(31)씨와 결혼, 친정 부모를 모시며 신혼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남북한의 문화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해 볼 생각"이라며 "우선은 연기의 폭을 더욱 넓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연기자로 자리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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