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함'은 연애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다. 남녀관계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고 있다. 순종적이거나 헌신적이거나 지고지순한 사랑은 이제 경쟁력을 잃었다.흑인들이 '멋지다'는 의미로 사용하던 속어 '쿨'이 미국 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40년대 재즈 장르로 쿨재즈가 등장하면서라고 한다. 'hot' 'hep' 'crazy' 등 비슷한 어감의 속어를 물리치고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이 말은 먼 한국 땅에까지 상륙해 '뒤 끝 없이 깔끔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요즘 세대들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성격인가 보다.
핑클에서 솔로로 독립한 이효리의 타이틀곡 'Ten Minutes'은 "10분 안에 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바에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유혹하는 이야기. 자칫하면 천박한 냄새가 날 수도 있지만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은 쿨함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순진하게 내숭 떨며 화장실에서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높은 구두에 발 아파하고 있는 니 여자친구와 나는 다르다. 쿨하게 연애나 한 번 하고 미련 없이 깨끗하게 헤어지자"는 속삭임이다.
'나보다 그녀 잘해주니 좋았니/ 원하던 사람 찾은거니/ 어떻게 사랑하면서 그랬니/ 도대체 너란 사람은 누구였니?'(김현정 '끝이라면')라고 떠나간 남자를 향해 한 서린 원망을 퍼붓거나 '나보다 매력이 있어/ 섹시하길 한거니/ 뭐가 그렇게도 잘난거야/ 자존심 따윈 없지만 시기한다 생각마'(빈 'Love Somebody')라며 애인을 앗아 간 여자에 대한 질투를 담은 노래와 비교하자면 분명 더 세련된 방식이긴 하다.
하지만 연애의 목적이 사랑과 결혼이 아니라면, 그래서 사랑을 숙주로 자라나는 집착과 질투가 덧칠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아름다울까. 맘대로 연애하다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 떠나는 사람을 붙잡아선 절대 안 된다는 강요는 차라리 슬프다. 질투도 자라지 못하는 건조한 사랑에 길들여진 요즘 세대에게 '쿨함'은 어쩔 수 없이 갖춰야 할 무장인 듯하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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