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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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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다모"

입력
200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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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모 폐인'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폐인은 본래 부정적인 말이지만, 여기서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조선여형사 茶母(다모)'의 열광적인 팬을 뜻한다. '다모'에 워낙 열중하다 보니 폐인이 될 정도라는 뜻이다. '다모 폐인'들은 '다모'가 방송되는 날이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순식간에 수 천 건의 의견을 올리고, 심지어 '다모'의 인물과 배경을 바탕으로 가상의 역사신문을 만들기도 한다. '다모'에 쏟아 붓는 그들의 애정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다모'는 제작 전부터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상당수 드라마들이 녹화 당일 팩스로 도착하는 '쪽 대본'으로 촬영하는 현실에서 사전제작을 감행했고, 미니시리즈로서는 처음으로 HD 촬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모'가 시청자들을 '폐인'으로 만드는 진짜 이유는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치열한 '진지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의 벽과 비극적인 사랑, 그리고 사주전을 둘러싼 포도청의 수사 등 무거운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지만 '다모'는 그 스토리를 움직여나가는 모든 인물들에게 치열한 삶의 자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그것은 마음 속의 정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채옥(하지원)과 황보윤(이서진)같은 주연들보다 그 주변 사람들의 생을 다룰 때 더욱 빛난다. 촐싹거리기만 하는 줄 알았던 마축지(이문식)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 때, 그저 걸진 욕만 하는 줄 알았던 화적패 노각출(권용운)이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드러낼 때 그들은 단순한 드라마의 조연에서 살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다모'에는 그저 웃기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사전제작과 HD 영상이 그 '진지함'을 뒷받침한다. 포도청 수사관의 옷 하나하나에도 기품을 불어넣고 훈련 과정과 사법제도의 세밀한 묘사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전 제작으로만 가능한 정성, 화면 속 모든 것들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HD 영상은 '다모'를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몰입할 수 있는 '실제 세계'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다모'의 HD 영상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화려한 색채를 보여줄 때가 아니라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가 극대화하는 밤에 이르러서다. 진지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HD 영상으로 더욱 묵직하게 다가서는 밤에 살아 움직일 때, 그것은 드라마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말이 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가 팬들을 열광시킨 것은 대사 자체의 힘뿐만 아니라 '다모'가 쌓아온 진지함이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모'의 이 '진지한 세계'는 '다모 폐인'들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20%가 안 되는 시청률에 그치고 있다. 지금처럼 가벼운 것을 즐기는 시대에, 어쩌면 '다모'의 진지함은 대다수 시청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드라마의 진지함'일지도 모른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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