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lright 세차 하자마자 비가 내려도it's alright 모르는 여자에게 뺨을 맞아도…
it's alright 레이지본 2집이 쫄딱 망해도…'
('it's alright'에서)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쫄딱 망해도 괜찮다"니? 하지만 이런 낙천성은 인디밴드 레이지본의 기본 소양이자 힘이다. 쿵짝쿵짝 떠들썩한 스카 펑크(자메이카 레게 일종인 스카와 펑크가 접목된 음악) 리듬에 무대가 비좁을 정도로 뛰어다니는 여섯 젊은이의 '쌩쌩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세상 근심은 모두 사라진다. 힘이 절로 넘쳐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2집 타이틀곡 'Do It Yourself' 역시 명랑 밴드 레이지본의 이름에 걸맞게 신난다.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말 그대로 요절복통, 허리가 끊어지고 배가 아플 지경이다. "우리 나이는 마냥 즐거울 나이 아닌가요? 심각할 필요 없잖아요"라고 밴드 색깔을 설명하다가 곧 샛길로 빠진다. "록 음악 한다고 가죽잠바 가죽바지 입고 괜히 무게 잡는 게 우습죠", "야, 우리는 돈이 없어 못 입는 거지", "맞아. 우리는 왜 티셔츠 바람으로만 공연하지? 우리도 코디네이터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DIY 밴드잖아. Do It Yourself. 작곡도 편곡도 연주도 코디도 다 우리끼리 하는 거야."
대화에 재치가 넘치다 보니 주워 담으면 그대로 노랫말이다. '요절복통 레이지본'이 그렇다. "녹음 30분 전인데 아무도 가사를 안 쓴 거예요. 그래서 멤버들이 쏟아내는 말을 죽 받아 적어서 바로 녹음에 들어갔죠" '김치덮밥, 고기덮밥, 오징어덮밥, 치킨덮밥' 등이 가사 속에 등장하는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아무 생각이 없거나, 한없이 가볍거나 게으른 건 아니다. 게으름뱅이(Lazybones)라는 밴드 이름과 달리 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연하고 노래한다. 1997년 결성돼 홍대 앞 클럽 '드럭'을 중심으로 성장한 이들은 "1년에 한 200번?" 공연을 한다. "성수기에는 한 달에 30일, 하루 두 번도 해요. 비수기에는 한 달 내내 놀 때도 있지만…."광복절을 기념으로 13∼1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평화캠프 공연에도 참가했다.
이들에게 클럽은 활동을 시작한 곳이자 계속 활동할 무대. 클럽음악 얘기가 나오자 일순 진지한 분위기가 감돈다. "클럽은 다이아몬드를 캐 내는 원석과 같아요. 우리는 전국에 클럽이 32개 정도 있는데 일본에는 3,000개가 넘는대요. 32개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과 3,000개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은 수준과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새 음반이 나왔지만 이들은 앨범을 사라고 하지도 않는다. "일단 클럽을 찾아 저희 공연을 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들면 음반을 사세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콘서트도 연다. 9월19·20일 대학로 S.H클럽.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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