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2월로 시한이 종료되는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을 2009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을 입법예고하자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공정위가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는 계좌추적권을 보유함으로써 재계를 상시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투쟁'이란 용어를 동원하면서까지 적극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반대투쟁을 보면서 우리는 공정위가 당분간 계좌추적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세청이나 검찰 등 관련기관에 계좌추적을 요청할 수 있는데도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보유하는 것은 법 정신에 어긋나며, 20∼30년 전에 만들어진 법체계를 고수하는 것 또한 시대착오적이라는 재계의 비판에 수긍되는 면이 없지 않다. 요즘 경제환경도 악화돼 기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재벌의 불공정관행이 용인되고 투명성이 무시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상실했을 경우 과연 재벌의 불공정관행과 왜곡된 지배구조가 바로 잡혀지겠느냐에 대해서 솔직히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의 80%가 금융기관을 통해 교묘하게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공정위가 당분간 계좌추적권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계좌추적권이 지금처럼 한시적으로 연장되는 형태를 취해서는 국민들에게 관계기관끼리 주도권싸움을 벌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양측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지만 계좌추적권이 재벌을 감시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를 씻어주고 재계 또한 공정위의 불신을 사지 않을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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