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는 물론 당 정책위와도 전혀 상의가 없었습니다."19일 오전 민주당 소속인 송훈석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 송 위원장은 전날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주5일제 근무법안을 가능한 한 정부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한 데 대해 "우리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 당에 평소 그런 논의 체계가 있기나 하냐"며 자조 섞인 말까지 덧붙였다.
송 위원장의 말처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노사간의 최대 현안인 주5일 근무제법에 대해 여지껏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소집된 18일 국회 환노위가 회의도 열지 못한 채 무산된 것도 결국 민주당 친노(親勞) 성향 일부 의원들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며 전체회의 토론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요 국가 정책 현안에 대해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당 논의 갈등, 현대 비자금 유입 의혹, 굿모닝게이트 등에 휘말려 당은 만신창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5일 근무제 법안 역시 의원총회에서 진행 경과만 간략히 보고됐을 뿐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난상토론을 벌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집권 여당이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게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3년 동안이나 노사정위가 논의해 온 해묵은 국가 현안에 대해 집권 여당이 노조의 눈치만 보고 처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혹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라는 거대이익단체의 표를 의식한 정략적 행태라면 더더욱 비난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옳은 방향으로 일을 밀고 나가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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