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과 관련, 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한 김영완(50·미국체류)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 대검청사를 드나들며 검찰 고위 간부들과 수시로 접촉하거나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김씨가 권씨 등 권력 실세를 등에 업고 검찰 인사와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19일 "1999년∼2001년 사이 김씨가 청사에 자주 들러 대검 간부들을 만났다"며 "김씨는 특히 지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호남 출신의 모 검찰간부 방에 들러 한 시간이상 머무르다 돌아가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의 방문횟수가 잦은데다 용모가 수려해 당시 대검에서 근무한 검찰직원 중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 역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청사에서 김씨를 몇 차례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검찰 최고위급 간부로 재직하며 김씨와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S변호사는 "내가 확인해 줘야 할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으나 거듭된 확인요청에 "검찰 청사에서 만나지는 않았다"며 김씨와의 교분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올 초 현직에서 물러난 전직 검찰고위 간부는 "지난 정권에서 주로 지방에 근무, 중앙 소식에 어두웠으나 김씨가 검찰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1998년 10∼12월 사이 김씨와 3차례 골프를 쳤다는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 일부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서 김씨는 권 전 고문의 '대리인'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라운딩 도중 김씨는 '평창동 권 고문 댁이 우리 집 바로 옆'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고교 후배인 법무부 C검사는 인사도 한번 안 오는 반면 대검의 K검사는 인간성이 됐다.
K검사는 내가 반드시 챙길 것"이라며 검찰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처럼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C검사는 "고교동문회에서 김씨를 한차례 만났으나 자기과시가 강한 것 같아 일부러 멀리했다"며 "이후 나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K검사는 "김씨를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며 친분을 부인했다. 김씨는 경기도 광주의 E골프장, 용인의 N골프장 등에서 검찰 간부들과 자주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이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 2000년 4월 현대측으로부터 금강산 카지노·면세점 설치 청탁 등을 대가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어치를 받았는지 여부 및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박씨는 특검조사 때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전면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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