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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지는 공정委

입력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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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개혁(改革)'에서 '부양(浮揚)'으로 뒤바뀌면서 정부 내부에서 재벌개혁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발언권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 강화, 계좌추적권 영구 보유,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등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공정위가 추진했던 주요 재벌개혁 작업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19일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퇴색하면서 공정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징금 최고 한도를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고 기업결합심사 규정을 까다롭게 하는 등 일부 권한 강화 조항이 포함되기는 했으나, 출자총액제한 강화와 계좌추적권 영구 보유 등 재벌개혁의 핵심 사항에서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출자규제 예외조항이 19개에 달해 계열사간 출자를 이용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여전하다"며 예외 조항 축소를 강력히 추진해 왔으나,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며 재정경제부와 재계가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출자총액제한 강화는 해야 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재확인했으나, 타 부처의 반대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내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계좌추적권의 영구 보유를 추진했던 공정위가 재경부나 산자부 등과의 협의 끝에 '5년 연장'으로 후퇴한 것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달라진 공정위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재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법무부 협의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자칫 시한 연장마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와 타 부처의 견제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공정위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함에 따라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재벌계열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 나머지 개혁 과제의 추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의 주무 부처인 재경부는 재산권 침해소지를 이유로 재벌그룹에서 금융회사를 강제로 분리토록 하는 방안에 소극적이다. 또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만큼, 국내 재벌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재벌 금융회사가 계열사 보유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공정위 개혁작업이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는 분야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신문시장 개혁작업 말고는 전무한 셈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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