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금융, 무역, 관광의 나라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악몽'을 떨치고 이국의 여행객들에게 환한 눈짓과 함께 정겨운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부 주도로 전국민적 힘을 모은 결과 지난 5월 사스감염국이란 불명예를 완전히 떨쳐버린 싱가포르는 갖가지 혜택을 내세우며 급속히 옛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려 60여 개가 넘는 작은 섬들과 본섬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는 세계 주요 정유 및 물류센터의 하나이자, 전자부품의 주요 공급 국가이다. 조선과 수리 조선 산업의 주도국이며 130여 개의 은행 그리고 최신 시설의 위성망을 갖추고 있는 아시아의 주요 금융 중심지 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점에 지리적 위치, 뛰어난 시설, 신·구 문화의 대조적인 매력, 독특한 관광 명소들로 인해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Mask-Free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 푸른 열대의 가로수를 뒤로 하고 호텔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후두둑'하고 비가 내려 한낮의 더위를 식히며 이국의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같음을 거부하는 현대식 건물들은 구름사이로 비친 햇볕의 조각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도 공항에서 만큼은 새로 개발된 전신 온도측정장치로 철저한 검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도심 어디를 가더라도 이제 더 이상 '사스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 여행객 수는 지난 6월 전달에 비해 50% 이상 늘었고 한국을 선두로 미국, 중국, 태국 등의 관광객 수가 예년의 수준으로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여행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쌓은 결과다. 특히 정부의 사스대책을 모범적으로 시행한 관광업체에게 주어지는 '쿨 싱가포르 어워드(COOL Singapore Awards)'인증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의 천국
인도인 정착촌인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와 중국인 정착촌 차이나 타운(Chinatown)은 싱가포르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 각종 금은 세공품과 한약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예술공연의 허브로 자리잡은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Theatres On The Bay), 한밤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급 레스토랑과 노천식당, 라이브 바 그리고 펍과 사이버 카페 등을 만날 수 있는 보트 키(Boat quay), 다섯 블럭에 거쳐 창고를 개조, 외식 업소와 상점, 중고 및 골동품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클락키(Clarke quay)등은 꼭 둘러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특히 신혼부부들에게 인기있는 하버 크루즈(harbour cruises)는 정크선과 같은 소형 선박에서부터 호화로운 대형 호화 유람선까지 다양한 종류가 준비 되어 있다. 선상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즐길 수 있어 연인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다. 또 가장 최근에 조성된 유흥 지역인 모하메드 술탄 로드(Mohamed sultan road)와 낮에는 화려한 쇼핑가, 밤에는 나이트 클럽, 바 등으로 젊음의 천국으로 변하는 오차드 로드(orchard road) 등이 관광객의 즐거움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금 바겐세일중
지금 거실 쇼파에 앉아 리모컨을 쥐고 TV홈쇼핑에 빠져 있거나 비싼 명품을 갖고는 싶은데 살 엄두가 나지않아 신발이 닳도록 백화점을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싱가포르 여행을 생각해볼 만하다.
금년 말까지 400만 명의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정부의 지휘 아래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포효하는 싱가포르' 행사는 여행 패키지는 물론 항공요금, 숙박시설 등의 50% 할인과 식당, 스파, 상점, 주요 관광지 등 나라 전체에 특별 할인가를 적용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승균기자 libra@hk.co.kr
밤에 즐기는 사파리 "이색"
'크르르르….' 습기를 가득 머금은 어둡고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사나운 맹수들이 눈을 번득이며 자신을 쏘아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게다가 "여러분 이제부터 악어 서식지로 들어가게 되오니 발 밑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가이드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등골이 오싹하며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세계 최초이자 단 하나뿐인 싱가포르의 나이트 사파리가 바로 그곳이다. 총 47개 서식지에 120여종의 동물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자연 열대 우림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어 마치 정글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전기가 흐르는 물길 너머 100년 이상의 거대한 원목들 사이로 사자, 호랑이, 표범, 하이에나 등 맹수들의 서식지가 조성되어 안전한 관광을 즐길 수 있고 사슴, 산양, 턱수염 돼지 등 초식동물들은 직접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
서식지 곳곳에 밝혀져 있는 조명 장치들은 야생 동물들이 활동하기 좋은 보름달 밝기를 기준으로 설치되어있어 동물들의 야생상태를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도 관람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 여기에 두꺼비, 개구리, 귀뚜라미와 갖가지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빚어내는 자연의 향연은 밀림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싱가포르=김승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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