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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조선의 魂 옥새에 새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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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조선의 魂 옥새에 새겼죠"

입력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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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새는 궁중 문화의 꽃입니다. 인감 도장이 개개인을 나타내는 중요한 물건이듯 옥새를 보면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일제에게 찬탈 당했던 조선시대 임금의 도장인 옥새(玉璽)가 한 장인의 오랜 집념으로 되살아 났다. 국내 유일의 옥새전각 전수 장인이자 역대 대통령들의 옥새를 만들었던 민홍규(閔弘圭·50)씨가 31일까지 인천 신세계백화점 1층 갤러리에서 '옥새―오백년 조선옥새의 비밀'전을 열고 있다. 옥새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선보인 옥새들은 주로 고종이 사용하던 것들이다. 1897년 대한제국 황제에 오르면서 이전까지 중국의 변방국으로서 사용하던 거북 모양이 아닌 용의 모양으로 새로 제작한 대한국새와 황제지보, 황제지새, 명성황후의 황후지보가 그 중 압권이다. 이밖에 시명지보, 규장지보 등 왕이 재가할 때 부처별로 각기 사용되었던 옥새와 왕의 개인용무로 사용되었던 금장 등 총 53점도 소개되었다. 대부분 일제가 강제로 빼돌려 지금은 일본 어디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완전히 잊혀진 물건들이다.

민씨가 옥새 전시회를 결심한 것은 15년 전인 88 서울올림픽 무렵.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 할아버지의 친구로 조선시대 옥새 전각을 유일하게 계승한 정기호 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도제 수업을 받으면서 그는 시, 서, 화, 각이 어우러진 옥새야말로 나라의 상징이자 최고의 종합예술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곰방대 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언제나 마음에 걸렸다. 옥새의 위용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전시회를 열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고생길이었다. 무엇보다 조선시대 옥새 제작용 참고서였던 '어보의궤'를 찾아 일일이 해석한 뒤 하나하나 그대로 재현해야 했다. 실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옥새는 현대식으로 하면 깨지거나 갈라져 절대 만들 수 없는 신비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옛날 식대로, 제가 그냥 옛날 사람이 되어 만들었어요. 조금만 날이 더우면 모형을 만들어 놓은 밀랍이 녹아 나고, 진흙 거푸집은 툭하면 깨지는 등 하나도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보면 연산군이 옥새 하나 만드는 게 1년 농사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민씨가 계승한 옥새의 전통제작방식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맥이 끊겼고 우리나라에만 유일하다. 전시장 한 켠에는 옥새의 제작과정이 도면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그의 바람대로 옥새가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작고 볼품 없는 도장이 아니라 한 나라와 왕을 상징하기 위해 그 어느 것보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민씨는 반평생을 바친 이번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다시 옥새 만들기를 시작한다. "아직 고종이 쓰던 73개의 옥새 중 40여개가 남았습니다. 마저 복원해야지요." 그는 자신의 뒤를 이어줄 전수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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