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훼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북측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참가와 경협일정 재개 의사를 밝혀 우려했던 남북관계의 경색은 피하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 국체(國體)를 인정하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점 등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보수진영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선 데에는 역시 U대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참할 경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회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데다 국제적인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간 교류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6자회담에 미칠 부정적인 요소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어렵게 제 궤도에 들어선 남북관계가 6자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흐트러질 경우 복원하기 어려운데다 불필요한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또 현실적으로 인공기 소각 등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번 일을 북한 상징물 처리 문제의 공론화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 이후 U대회에 참가하고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을 교환하는 한편 6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을 재개하자는 뜻을 전해 왔다.
북한이 이처럼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은 U대회 불참 명분이 사라진데다 남측 당국이 보수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의를 보인 상황에서 머뭇거리면 자칫 모든 부담을 자신이 떠 안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남과 북이 서로 어려운 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만큼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상대를 인정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층은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에 휘둘렸다"고 비난하고 있어 '남남갈등'이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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