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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7년刑 집행 하루 앞둔 젊은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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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7년刑 집행 하루 앞둔 젊은 뉴요커

입력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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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화려한 파티장 같지만 속은 야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대도시는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피를 흘려야 하는 정글'이라고 메탈 그룹 '건즈 앤 로지즈'는 정의한다('Welcome to the Jungle'). 에드워드 노튼(34)은 그런 대도시의 내면을 형상화한 듯한 배우다. 천사와 악마, 선과 악, 수줍음과 광기를 한데 갖춘 그의 지킬 박사 같은 면모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걸작 '파이트 클럽'에서 유감 없이 발휘된 바 있다.'똑바로 살아라' 등 문제작을 만들어 온 스파이크 리 감독의 '25시'('25TH Hour')는 에드워드 노튼의 야누스 같은 얼굴을 내세워 뉴욕에서의 삶에 대해 파고 든다. 마약 소지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몬티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 24시간이 영화의 전부다. 그러나 부자, 연인, 친구, 사제로 엮인 인간관계의 그물은 넓고 풍요로우며 세세한 일상에서는 현실감이 넘쳐난다. 때문에 뉴욕의 삶은 바로 관객의 삶의 문제가 되고 몬티의 고민은 관객의 고민이 된다. 이 영화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애인 내추럴(로사리오 도슨)이 자신을 경찰에 넘겼으리라는 의심 탓에 몬티의 내면은 지옥과 다름 없다. 앞으로 7년이나 감옥에서 젊은 날을 묻어야 하며, 이제 즐거운 세상과도 작별이다. 몬티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사 중 화장실로 들어가 한국인 등 뉴욕의 유색 인종과 '백인 쓰레기'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의 신세를 저주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여기에 더해 아무도 자신의 수업을 귀 기울이지 않아 절망에 빠진 영어 교사 제이콥(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상사와 동료 직원의 등쌀에 시달리는 증권맨 프랭크(배리 페퍼)를 몬티의 친구로 등장시켜 몬티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뉴욕 시민의 고민을 경청한다.

'서른 즈음에'를 읊조리며 산다는 것의 괴로움을 반추해 보는 이라면 이제 서른 한 살이 된 몬티와 그의 친구들 얘기가 남처럼 들리지 않을 것이다. 몬티가 가야 할 감옥도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적응 과정에서 도태된 이들의 장소'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그러나 늘 전투적인 자세를 지켜온 스파이크 리는 결코 패배주의적인 확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지막 반전을 통해 그는 대도시가 요구하는 24시가 아니라 자신의 결단으로 만드는 25시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한결 원숙해진 감독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후반부는 예기치 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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