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는데 증시는 왜 오를까?'18일 발표된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의 부진한 상반기 결산 실적에도 불구, 주가가 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상장기업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5%나 감소했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실적 결과에 따라 일부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주가에 반영됐기에 큰 변동은 없었다. 이 같은 실적과 주가의 괴리현상은 증시가 기업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을 앞서가기 때문이다. 제일투자증권 김정래 투신법인 리서치팀장은 "주가는 과거실적보다는 미래 전망에 더 의존한다"며 "시장은 이미 상반기 실적을 모두 반영한 채 3분기 이후를 내다보며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큰 기업은 한진해운으로 컨테이너선 사업 호조로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1,854.9%나 급증했다. 미국을 오가는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으로 지난해 상반기 3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77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진해운 주가는 이날 8.19%나 올랐다. 반면 하나은행(-98%), 삼성전기(-97.92%) 등은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지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1위는 세아제강의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90.5%에 달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905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등 금융지주사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82.0%와 66.26%로 높아졌으며 우리금융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0.25%나 개선돼 최근의 주가상승을 뒷받침했다. 포스코도 지난해보다 11.85%나 높은 22.97%의 영업이익률로 19위에 올랐다.
코스닥기업 가운데서는 올해 새로 등록한 웹젠의 영업이익률이 61.0%로 그동안 수위를 지켜온 강원랜드(47.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40개 상장기업은 영업이익으로 금융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 결산 상장사의 27.4%를 차지하는 것으로 적자 회사 71개가 포함됐다. 이자보상 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상장사의 이자보상 배율은 3.96배로 작년 상반기 3.35배보다 개선됐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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