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대구 U대회 불참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제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특히 북한이 이날로 예정했던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19일부터의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까지 무산시켜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U대회 불참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남측 당국에 대한 '정치적' 경고로 해석된다. 북한은 조평통 성명에서 지난 광복절에 남측 보수 진영이 인공기를 불사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훼손한 것을 '체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반공화국 난동은 남측 당국의 묵인하에 이뤄졌다"고 책임론을 제기,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남측 보수진영의 인공기 소각은 지난 3·1절 행사에 이어 이번에 되풀이된 것. 북측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한총련의 미군 훈련장 집회 때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국측에 유감을 표명했던 것과 비교해 큰 불만을 갖게 됐으리라는 추측이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북한 군부가 자신의 국기 훼손을 적극 문제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U대회의 중요성을 충분히 활용, 자신들의 국가 상징물을 남측이 함부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남한 내 논의를 촉발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남측의 다소 경직된 태도에 대한 북한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정부의 '당당한 대화' 방침이 북한 입장에서는 '밀어붙이기'로 인식됐을 것이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치우칠 것을 우려했으리라는 지적이다. 앞으로의 경협 사안들에서 더 많은 실리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거나 6자회담을 앞둔 분위기 다잡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북측의 참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대변한다.
남북장관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장관은 오후에 북측 김령성 단장 앞으로 급히 전통문을 보내 북측이 거론한 문제들에 대해 '유의한다'며 북측을 달랬다. 통일부 관계자는 "유의한다는 표현이 유감 표시는 아니다"면서도 "간접적으로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만큼 북측이 이를 수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