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문 리서치 사이트인 시네티즌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국내외 영화제 화제작이나 수상작의 흥행을 예상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이 315명으로 표본집단이 적은 게 아쉽지만, 아무튼 결과는 예상대로다. '영화제 작품이 흥행하기 매우 어렵다'(2.2%), '흥행하기 쉽지 않다'(55.7%)가 압도적으로 많아 '어느 정도 흥행할 것 같다'(26.2%), '상당히 흥행할 것 같다'(0.9%)의 2배 이상이나 됐다. 영화제 수상작보다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보배로 여기는 마케팅 담당자의 태도가 '이유 있음'을 말해준다.제 60회 베니스 영화제에 진출한 '바람난 가족'의 주연배우 문소리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제 진출과 극장 흥행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흥행 쪽"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부담감을 그 역시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영화든 영화제에 진출하면 대중은 '재미 없을 것'이라는 묘한 선입견을 갖게 되며 그것이 이런 영화에 대해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마음은 연애할 때의 심정과 비슷하다. 대학 시절 문무대에 입소한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나!의 옆자리에 앉는 친구였다. 그녀는 사실 얼굴로 따지면 그리 빠질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미인도 아니었다. 세련되고, 콧대 높고, 한 성질 할 것 같은 '내겐 너무 먼' 그녀들이 빠진 자리에 '적당히 예쁘장하고 착할 것 같은' '여성적이고 내성적인' 그녀들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나무꾼들은 열번 찍어야 겨우 넘어갈까 말까 하는 나무보다는 서너 번 만에 넘어 올 나무가 반가운 법이다. 영화제 작품은 아마 열 번 찍어야 할 나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칙이란 언젠간 깨지게 마련. 14일 개봉한 '바람난 가족'이 첫 주말 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작품성과 흥행의 역비례' 법칙이 깨질 조짐이 보인다.
최근의 '바람' 신드롬 때문이다, '아내에게는 보여줘선 안될 영화' 같은 광고 문구에 문소리의 도발적인 포스터 포즈(가릴 걸 다 가렸더니 더 야하다) 때문이다, 야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콤플렉스를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상표로 상쇄했기 때문이다 등 분석이 이어진다. 하긴 도도하고 지적인 줄만 알았던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먼저 말을 걸어 온다면? 헉, 고마운 일이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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