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3년간의 캐나다 토론토 험버대(Humber College)를 졸업한 김은정(32)씨는 5년여의 직장생활을 접고 유학을 온 '늦깎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디자인 학원에 등록, 1년 과정을 마치고 L사에 취직했던 김씨가 한국 사회에서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이었다. 직장을 한차례 옮겨봤지만 "고졸은 역시…", "여자는 커피를 잘 타야…"라는 식의 남성중심, 학벌중심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김씨는 심하게 절망했다."이렇게 살다가는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유학을 준비했던 김씨는 2000년 유학의 문을 두드렸고 험버대에 입학, '패키지 디자인' 전공으로 2년 과정을 마쳤다.
김씨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한 학기에 무려 여덟 과목씩 들으며 독하게 공부했다"며 "자부심 하나는 확실히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취직 적령기를 넘긴데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도 어려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김씨처럼 직장생활을 과감히 접고 '늦깎이' 유학을 자처한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대부분 밤낮으로 고생을 하지만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팀목으로 살아가고있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세네카대(Seneca College)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2년 과정을 마친 장현아(31)씨도 3년의 직장경력을 가지고 있다. K학원에서 회계관련 업무를 하던 장씨는 평소 관심 있었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뜻 유학길에 올랐다.
장씨는 방학도 반납하고 마지막 여름학기를 수강하기 위해 대학도서관에서 비지땀을 흘리고있었다. 그는 "유학 2년간 고3때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며 "유학 초기에 캐나다 친구들을 많이 사귄 것이 유학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질문을 잘하지 않거나 토론에 참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있으면 교수들에게 인정받기도 힘들고 좋은 학점도 받을 수 없다"며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대답하고 토론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교육학 박사과정에 있는 김석규(35)씨는 부인과 함께 유학을 왔다. 김씨는 1997년 D사에 입사했으나 "회사가 개인의 희생만 강요할 뿐 보람과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전부터 마음에 두고있던 '노동자 교육' 분야의 공부를 하기위해 유학을 준비했다.
미국 대학원과 달리 GRE성적을 요구하지도 않고 현지 학생과 같은 학비를 지불하면 되는 '사스카치완대(University of Saskatchewan)'에서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까지 등록했다.
동갑내기 부인 김진미씨는 남편 김씨가 유학하는 동안 한국에서 1년여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캐나다로 합류했다. 부인 김씨는 현재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남편의 공부를 돕고 있다. 캐나다는 부부 중 한 사람이 대학에 등록하면 배우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주기 때문에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김씨는 "사스카치완에서는 봉제공장에서, 토론토에서는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며 "남편의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한 5년간은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토론토 한인타운 부근에 사는 신모(35)씨는 S전자에 다니다 사표를 내고 캐나다로 유학을 왔다. 지난 해 여름 미국에서 열린 한 학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공인 컴퓨터 관련 학회에 평소 존경하던 석학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데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학회에서 받은 당혹감은 물론 직장에서 느꼈던 한계도 유학을 결심한 동기였습니다. 직장에서 외국 학위를 가진 사람에 비해 국내대학 출신자가 홀대 받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한살이라도 젊어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무작정 날아왔습니다."
신씨는 현재 토론토에 있는 한 종교단체에서 무료로 어학연수를 받으며 토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틈틈이 한인 커뮤니티 내의 노인회 등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새로 오는 유학생들의 정착을 돕는 '코리안 인터 에이전시 (Korean Inter Agency)'라는 자원봉사 단체도 운영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는 "토론토에서 영어를 익힌 후 영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며 "학업에 최선을 다한 뒤 떳떳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토론토=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캐나다 유학중 일자리 찾기
한 푼이 아쉬운 유학생들에게 학교를 다니며 일할 수 있는 기회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캐나다 유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에 다니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학교 내 일자리 자신이 등록한 학교는 '취업 허가(work permit)' 없이 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대부분의 대학이나 대학원은 도서관 사서나 카페테리아 서빙 등 학생을 위한 일자리를 준비해두고 있다. 단, 교내 일자리는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사학 연계(Co-op) 인턴 프로그램 캐나다 대학은 졸업에 앞서 기업체 인턴 경력을 필수로 하는 곳이 많다. 이 경우 취업 허가를 받아 캐나다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취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하려는 일이 전공과 관련이 있어야 하며 총 취업 기간이 학교 등록기간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졸업 후 취업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로부터 취업허가를 받았을 경우 졸업 후 90일이 지나기 전 취업허가를 신청하면 캐나다 기업에서 1년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단, 허가를 신청할 때 유학 비자가 만료되지 않아야 한다.
학생 배우자 취업허가 부부 중 한 사람이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등록하면 배우자는 취업허가를 받아 일할 수 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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