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감각을 상실할 정도의 중증 정신병력이 있는 기관사가 수년간 전동차를 운전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수색승무관리소 기관사 서모(37)씨가 17일 오후 7시35분께 서울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서 선로로 걸어 내려가 운행 중이던 전동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1995년 입사한 서씨는 98년 9월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이듬 해 2월까지 총 6개월간 휴직했다 복직했으나 2000년 10월 병이 재발, 2001년 7∼9월 병가를 내고 입·퇴원을 반복했다. 특히 유가족들이 경찰에서 "최근 들어 방향감각을 상실, 집을 찾아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할 정도로 서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서씨는 그동안 다른 기관사와 같은 조건에서 주·야간 근무를 해 왔으며 사고 당일에도 총 4시간 지하철을 운행하는 등 정상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를 치료했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서씨의 경우 우울증과 정신분열, 공포증이 혼재해 있어 증세가 악화하면 즉각 2주 가량 입원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우울증이 악화하면 방향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측은 "99년 복직 때 적성검사에서 합격해 기관사 업무에 복귀시켰으며 이후 매일 실시되는 기관사 승무 적합성 검사에서 합격했기 때문에 기관사로 투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사측은 2001년 치료 후 업무 복귀 때 의사 소견서만 제출 받은 뒤 적성 검사를 하지 않았으며 승무 적합성 검사도 상급자가 음주운전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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