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동안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했는데…."대구은행 연수원 류창섭(49·사진) 원장은 18일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대구 하계U대회에 참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 원장은 이달 초 북한 응원단 숙소로 연수원이 선정된 후 '긴장감 반 설렘 반'으로 직원들과 함께 준비를 해왔다.
대구은행 연수원이 응원단 숙소로 선정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대구 시내에서 팔공산 자락을 따라 30분 정도 차를 달려야 나타나는 산 속의 요새로 경비가 수월한데다, 5년 전 완공된 새 건물에 최신 시설까지 완비돼 있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 이런 완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류 원장은 "숙소가 불편하지 않을까, 음식은 입에 맞을까 노심초사하느라 최근 며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래서 실망도 더욱 크다.
대구은행 입사 후 25년 동안 일선 지점과 본점을 오가며 '은행맨'으로 살다 올 초 연수원장으로 부임한 류 원장은 "북한 응원단이 연수원을 찾을 것이라고는 꿈도 못 꿨는데 이런 행운을 잡게 돼 2주 동안 북한 응원단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해왔다"고 아쉬워했다. 기존 식당 운영팀 대신 외부에서 조리팀을 특별 초빙했고, 평소 10여명이 일하던 연수원에 호텔 예절교육까지 받은 직원 20여명을 충원했다. 그는 "딸 같은 북한 응원단원들이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컵라면용 정수기를 숙소 앞 복도에 설치했고, 스타킹 실·바늘세트 세탁비누까지 일일이 점검한 뒤 비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 이상으로 정성을 들였기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게 대구 시민과 한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발 일이 잘 풀려 우리의 준비가 헛되지 않고 '작은 통일의 꿈'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대구=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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