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이너행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련도 '빅초이'에게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18일(한국시각) LA다저스와의 홈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최희섭(24·시카고 컵스·사진)은 팀이 0―3으로 패한 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호출을 접하고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감독실에서 베이커 감독이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했을 때도 최희섭은 의외로 덤덤했다.둘러보면 자신이 설 곳은 모두 사라졌다. 이날 LA다저스 전에는 전날 피츠버그에서 트레이드해 온 왼손잡이 랜달 사이먼이 1루를 지켰다. 9회말 대타 기회에서는 주전 경쟁을 벌이던 에릭 캐로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실력만이 통하는 냉혹한 메이저리그에서 2할2푼3리(8홈런 28타점)의 성적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최희섭은 잘 알고 있다. 더욱이 팀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1게임차 추격전을 벌이는 다급한 입장. 헛방망이를 휘두르는 자신을 더 이상 지켜봐줄 여유가 없는 팀은 라파엘 팔메이로(텍사스) 영입에 실패한 직후 곧바로 사이먼을 트레이드, 포스트시즌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희섭은 시즌 초반만해도 맹타를 과시했다. 지난 4월에는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5홈런 14타점, 장타율 5할5푼2리로 내셔널리그 최우수 신인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구와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이 노출된 데다 6월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팀 동료와 충돌,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타격감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최희섭은 7월1일 부상에서 복귀한 뒤 1할7푼5리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진한 포옹을 통해 "너는 우리 팀의 미래"라는 말을 잊지 않는 베이커 감독을 뒤로 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최희섭은 현지 기자들의 취재 열기와 맞부딪쳐야 했다.
"I'm OK." 최희섭은 "이런 경험들도 선수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마이너에 가서 하루빨리 자신감과 내 스윙을 회복한 뒤 다시 빅리그에 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보였다.
19일 자신의 혼다 패스포트를 몰고 컵스 소속 트리플A팀인 아이오와로 이동할 최희섭이 다시 빅리그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일이 있을 지 모르니 항상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귀띔한 베이커 감독과 팬들의 신뢰가 여전히 높은데다 9월부터는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명에서 40명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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