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갔다가 인천공항에 들어설 때마다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들은 대체로 말은 하지 않고 눈짓과 턱짓만으로 공항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몸짓 조차 친절하지 않다는 데 있다.세상에는 별의별 나라가 있고 그 중 어떤 이상한 나라는 가끔 외국인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공항을 들어서는데도 종종 내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외국인 신분으로 불법 입국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나라에 들어오는 입국 과정에서 이런 기분이 들다 보면 혹시 내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우리들이 힘들게 일해서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직원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이렇게 불친절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곳 직원들은 불철주야 국민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이유로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그 외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아마 이들은 자기들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 사람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매번 입국할 때마다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공연히 입국 심사관들의 기분을 거슬렸다가는 귀찮을 것만 같아 나는 늘 참고 넘긴다. 그러던 중 최근 다시 한번 불친절을 겪고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한마디씩 해야 한다는 참여 정부의 '거룩한 정신'에 따라 해당 부처에 전화를 해서 나에게 불친절했던 직원의 행동을 지적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직원이 이름표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생각은 참 깊다. 물론 나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직원에게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물을 정도의 강심장이 아니다.
공항 직원들이 불친절한 이유가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거나 쓸데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저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눈빛과 턱짓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일이 그렇게 쉬워 보인다면 차라리 그런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명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새로 모집하여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지사도 일을 잘 못하면 임기 중에 주민투표로 갈아치운다는데 우리는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 제발 다음부터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환한 표정을 지어 주시기를….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 대학교 교수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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