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부 지역에 사는 5,000만명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정전사태로 미국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전 사태는 일단 수습되고 있으나 미국 언론들은 "빅 애플(뉴욕시의 애칭)을 강타한 정전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낡은 전력망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독일의 dpa통신은 17일 "규제완화란 명분으로 기간산업을 민영화한 것이 사회간접자본 취약성의 원인"이라며 전력산업 민영화에 책임을 돌렸다. 이익이 많은 발전소 건설에는 공을 들였지만 전력 공급망 손질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강대국이지만 일상적 삶의 질은 변변치 못하다"는 독일언론의 비판은 경쟁과 개방을 중시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까지 미국과 한국 등에서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독일 모델이 난타 당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2%에 불과한 독일에서 실업률이 10%를 넘게 되자 침체의 원인을 높은 복지·임금 혜택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으로 돌린 것이다. 독일이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에 본격 나선 가운데 프랑스도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서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 이 기로에 놓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큰 일이 터질 때마다 무턱대고 신자유주의 모델이나 복지국가 모델을 비판하는 시류에 휩쓸리면 우왕좌왕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본과 기술뿐 아니라 사람(노동력)까지 국경을 넘어 쉽게 이동하는 세계체제에서 강대국 모델을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다. 효율성과 삶의 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적 모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독일과 미국의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광덕 국제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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