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재미있는' 화제거리 중 하나는 바로 남이 투자하다 손실을 본 얘기다. 반면 자신의 손실을 화제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이것은 우리만 특별히 마음씨가 나빠서가 아니라, 증시가 있는 나라라면 세계 어느 곳이나 큰 차이가 없을 듯 싶다.이런 심리의 뿌리에는 인간의 질투심이 자리잡고 있다. 행동 재무론(behavioral finance)의 실험에 의하면 실패 상황에서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일을 해보다가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시도조차 못해본 사람 쪽이었다고 한다. 이는 상식적인 우리의 판단과는 반대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물론 돈이 아니고 그 실패가 생사를 좌우할 정도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 것이겠지만.
'잘 되든 못되든 한번 해보고 싶은' 심리와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모순을 일으키며 상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위험 회피자로서 안전한 뒤편에서 관망자로 남아 있다. 마음 속으로는 자기 앞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트레이딩을 하는 용기에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면서 말이다. 투자의 여러 측면을 개인적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든지, 증시가 상승을 계속하면 뒤로 물러나 있던 관망자들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심리적으로는 같은 원리라고 보여진다.
680선까지 조정을 받으면 들어오겠다고 기다리던 투자자들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에는 기다리다 지치고 상승 장에서 소외감을 느낀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남들이 좋아하는 종목에서'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불리한 승부를 걸게 만드는 것이 요즘 같은 때의 심술스러운 시장의 속성이다. "기다리는 조정 없다"라는 증시 격언 뒤에는 시장에 휘둘리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심리적 약점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예측과 고집을 접고 시장에 유연하게 '순응하는' 것이 시장과의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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