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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개업 늘고 일거리는 줄고… "고소득 옛말" 세무사 "밥그릇"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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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개업 늘고 일거리는 줄고… "고소득 옛말" 세무사 "밥그릇" 작아진다

입력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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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는 더 이상 고소득 전문직이 아닙니다."개업 6년차인 중견 세무사 송만영씨는 요즘 덤핑 수임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3년 전부터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가 급증하는데다, 일거리를 잃은 회계사들이 세무사의 고유업무로 통하던 기장(記帳·기업의 각종 장부 정리)까지 넘보고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식구'라고 믿었던 국세청조차 무료 세무상담 콜센터 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금융기관들도 세무사를 채용해 세무상담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송 세무사는 "종전에는 개업 후 6개월에서 1년이면 거뜬히 자리를 잡았는데 최근에는 2∼3년 열심히 '덤핑을 쳐야' 사무실 임대료라도 건진다"고 토로했다.

세무사의 몰락

변호사, 회계사 못지않은 알짜 고소득을 올렸던 세무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회계사들의 월 평균 수입이 2001년 403만원에서 2002년 414만원으로 11만원 오르는 동안 세무사들의 월 평균 수입은 367만원에서 294만원으로 73만원이나 줄었다. 384개 전문직종 중 세무사의 월 수입 순위도 2001년 10위에서 이듬해 31위로 추락했다. 한국세무사회 이대희 실장은 "세무사들의 올해 수입 하락 속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 50건 정도이던 세무사 사무실 폐업 사례도 올해 상반기에만 36건에 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80건 내외의 폐업신고가 예상된다. 반면 매년 300∼400명씩 늘던 세무사회 등록 세무사 숫자는 7월 현재 5,788명으로 지난해보다 711명 증가했다.

'밥그릇'의 크기가 줄면 덤핑 경쟁이 뒤따르기 마련. 20만원 수준이었던 기장료(연 매출액 10억원 내외의 기업 기준)가 올 들어 5만∼1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아예 '6개월 무료, 이후 6개월 월 10만원 이하'라는 파격 옵션을 내거는 세무사도 생겨났다. 신모 세무사는 "갓 개업한 세무사들이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덤핑 경쟁을 벌이다 1∼2년 만에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 때문에 개업을 포기하고 기업이나 은행에 취업하는 세무사들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세무 서비스 질 하락 우려

세무사 수를 늘려 경쟁을 부추기면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련 당국의 예측도 빗나가는 듯하다.

임순천 세무사는 "세무사 업계의 과당경쟁과 황폐화로 국민들은 당장 값싼 세무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전과 같은 안정적인 세무상담과 애프터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세무사들의 덤핑 경쟁으로 기장과 기업의 자산·부채 실사 및 평가의 질이 떨어져 기업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 구조가 워낙 복잡해 납세자들에게 세무사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장려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납세자들이 돈 안들이고 세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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