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최민수(41)가 30일부터 방송되는 SBS 새 주말극 '태양의 남쪽'(연출 김수룡)의 주연을 맡아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SBS '사랑의 전설' 이후 2년 만의 TV 나들이다.그는 친구의 음모로 하루 아침에 공금 횡령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강성재 역을 맡는다. 약혼자 민주(유선)를 마음에 둔 친구 용태(명로진)가 놓은 덫에 걸려 8년형을 선고 받은 후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불운한 남자다. 드라마는 성재가 출소 후 벌이는 복수극을 한 축으로 하고, 여기에 여자 관계가 복잡한 남편 때문에 지쳐 있던 연희(최명길)와 성재가 맺는 애절한 멜로가 덧붙여진다.
14일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최민수는 "딱 이거다 싶었다"는 말로 배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한달 전 캐스팅 제의를 수락한 그는 "스쿠버 다이빙을 마치고 동해안의 비릿한 바닷내음을 맡으며 헛헛한 기분이 들었을 그 무렵 출연 제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최명길과 최민수가 나누는 사랑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남편의 거듭된 외도로 식물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는 연희는 새로 이사간 집에 배달된 편지를 우연히 뜯어본다. 바로 옛사랑 유선이 이사간 줄 모른 채 성재가 3년 째 보낸 편지 중 한 통이다.
연희는 용기를 내 답장을 하고, 둘은 편지에 서로 꿈꾸는 삶의 모습을 그리며 상대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최민수는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인공 남녀가 나눴던 3박4일간의 사랑처럼 순수한 느낌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양의 남쪽'은 디지털 시대를 넘어선 아날로그적 사랑을 표방한 드라마라고 하는데 사실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하는 말들은 잘 몰라요. 그러나 요즘 지나치게 자극적인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원고지에 글을 쓸 때 사각사각 펜촉 소리가 나는, 그런 오래된 느낌을 줄 수 있는 드라마일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올해로 연기 생활 20년 째를 맞는 최민수는 연예계에서 최고의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 배우로 통하며 달변가로도 유명하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연기와 연기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비유를 동원해가며 밝혔다.
"진짜 연기자란 무엇일까 고민해 왔어요. 나는 노래를 하고 싶은데, 지금은 줄을 맞추는 튜닝 단계인 것 같아요. 좀 더 깊이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익숙했던 소리에만 머물렀던 것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요. 앞으로 두달 반 동안은 이 드라마 안에 들어가 살고 싶어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청풍명월'의 흥행 부진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지금까지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흥행이나 시청률이 신경 쓰인다"고 털어 놓았다. "연기를 어느 정도 아니까 연기를 멀리 하고도 싶어진다"고도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시종 부드러운 말투로 존댓말을 써가며 응대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안 그러면 혼나요. 어떤 세상인데. 생활 속에서도 카리스마를 가지고 살면 피곤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에 접어든 터프가이 최민수. 그가 멜로와 남성적 코드가 뒤섞인 '태양의 남쪽'에서 어떤 남성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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