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다 1990년대 초에 귀국하여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산 경험이 있다 보니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국의 사회 전반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증시는 한국 증시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미국 문화도 우리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최근 한국의 언론매체는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등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상황을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그러면 미국 내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 냉정히 따져볼 때 작아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어디까지나 동북 아시아의 국지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방 한국의 안보, 한반도의 평화정착 같은 개념은 거의 없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관심사는 북한이 핵을 개발해 테러집단에 넘김으로써 발생할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의 안위일 뿐이다.
우방으로서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미국인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 얼마 전 현안이 됐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덤핑 판정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덤핑 판정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도 미국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방문 자체를 모르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비하여 미국에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하나 일본의 토요다 자동차에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의 값싼 가전제품이 미국에 밀려 들어오고 있는 반면 한국 제품은 삼성의 휴대폰과 고급 TV 외에는 찾아 보기 어렵다. 법조계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출신의 변호사들은 미국 로펌에서 환영받고 있지만 한국 출신의 변호사는 선호도가 낮다.
그런데도 우리는 막연하게 미국이 한국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인물 가운데는 미국 유학 경험자가 많아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좀 더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한미 관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미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기초가 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한국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김 희 진 국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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