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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죽음에 누가 고개 숙일까/우간다 전 대통령 이디 아민 16일 망명지 사우디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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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죽음에 누가 고개 숙일까/우간다 전 대통령 이디 아민 16일 망명지 사우디서 사망

입력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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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아프리카 최악의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디 아민(80·사진) 전 우간다 대통령이 16일 망명지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숨졌다고 그의 아들 알리 아민 라마단이 밝혔다. 최근 고혈압과 신장병이 악화해 혼수상태에 빠진 아민은 지난 달 18일 파이잘 왕 특별병원에 입원해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왔다.아민의 시신은 16일 사우디에 매장됐다. 유족들은 아민의 고향인 우간다 북부 아루아에서 장례를 치를 것을 요구했지만 우간다 정부는 "독재자가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이날 "아민의 죽음을 환영한다. 우리의 나쁜 과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그의 시신을 우간다로 가져와 피해자들이 능욕할 수 있게 하자"며 분노했다.

아민이 병들어 죽어서도 애도는 커녕 동정도 받지 못하는 것은 1971∼79년 집권 기간에 최소 40여만명을 학살한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은 그를 '아프리카의 도살자'라고 불렀다.

1946년 21세 때 영국 식민군에 입대한 그는 62년 독립 이후 마약 및 무기 밀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으로 군부 내 세력 확장에 성공, 육군참모총장까지 올랐다. 71년1월 밀튼 오보테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틈타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당시 망명한 우간다인들은 그가 처형한 시신들을 빅토리아호의 악어 밥으로 던져 주고, 정적들의 목을 잘라 냉장고에 보관했으며 인육을 즐기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아민은 72년 국내 경제를 장악하고 있던 아시아계 우간다인 8만여명을 추방해 동아프리가 전체 경제를 마비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큰 아버지'라고 부르며 종신 대통령을 선언했다.

아민은 하지만 79년4월 우간다 망명세력과 탄자니아군에 의해 축출돼 아내 5명과 자식 50여명을 데리고 리비아 이라크 등을 전전하다 80년대 중반 사우디에 정착했다. 사우디는 "같은 무슬림을 거두어야 한다"며 그에게 풍부한 연금, 저택, 하인과 우간다 토속 음식까지 제공했다.

주미 우간다 대사 에디스 셈팔라는 "아민은 20여년 동안 가끔 해외 언론과 인터뷰나 하면서 죽을 날까지 죄값을 치르기는커녕 후회의 기색도 비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16일 "국제법은 아민을 한번도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이제라도 '제 2의 아민'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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