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몰래 카메라' 사건의 불똥이 검찰내부로 튀었다.향응을 제공한 키스나이트 클럽 소유주 이원호(구속)씨와 검찰의 유착의혹이 제기되고 특히 현직 검사가 수사팀장인 청주지검의 K부장검사의 이씨 수사 비호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검찰이 내부감찰에 나섬으로써 검찰은 이제 진실게임을 어떻게든 밝혀내야하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셈이다. 당초 검찰은 '수사이후 감찰'입장을 내세웠으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16일 수사팀장을 전격 교체하고 특별감찰에 나섰다. 대검이 전례없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파문이 검찰내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7일 청주 현지에서 특별감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은 "의혹이 제기된 검사에 대한 계좌추적까지 벌여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하겠다"며 엄정한 감찰을 강조했다.
이원호씨 유착 및 비호의혹은 K검사와 K부장검사 간의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K검사는 '이씨 관련 수사라인에 있지도 않은 K부장이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K부장검사는 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오히려 이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독려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검사가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는 듯하다는 점이다. 이씨를 가장 잘 아는 K검사가 몰카수사팀에서 배제됐고, 14일에는 K검사가 지휘하는 이씨의 조세포탈 사건이 사전 협의없이 K부장검사에게 이전됐다. 그러자 K검사는 일부 언론에 그 부당성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K부장의 유착의혹을 제기했고, 16일 몰카 수사팀에서 K검사가 몰카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흘러나왔다.
대검에선 "의욕이 앞선 두 검사가 의견조율에 실패한 것이 외부에 압력의혹으로 불거진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주지검 주변에선 이번 의혹이 K부장검사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보다 윗선에서 이씨 수사와 관련한 압력이 행사된 정황이 있어, 이번 사건이 자칫 검찰에 엄청난 내상을 가져올 검란(檢亂)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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