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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물공급·적조예방 착한일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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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물공급·적조예방 착한일도 해요"

입력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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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정모 씨는 매년 번잡스러운 시기를 피해 8월 말에 휴가를 떠난다. 해수욕은 불가능하지만 호젓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늦은 휴가도 태풍이라는 복병 때문에 엉망이 돼 버릴 수 있다. 몇 년 전 정씨는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가 태풍으로 발이 묶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최근 한반도로 향하던 10호 태풍 '아타우'가 일본쪽으로 비껴가 다행히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태풍 전야의 고요'라는 말처럼 언제 태풍이 한반도에 들이닥쳐 큰 피해를 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올들어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연평균 28개가 발생하는 태풍중 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하지만 피해만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태풍이 좋은 기능도 한다. 부족한 물을 공급하고 바다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적조현상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어떻게 생겨나 수천㎞를 이동해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지 알아본다.

어떻게 생겨 이동하나?

태풍은 적도 부근 저위도에서 발생하는 저기압 가운데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 것이다. 북위 10∼15도 부근에서 동서로 길게 늘어진 열대수렴대에는 구름이 항상 무리를 짓고 있다. 이들은 높은 해수면 온도(최소한 섭씨 26도 이상), 상층의 강력한 저기압 등 조건이 맞으면 태풍으로 발달한다. 태풍의 크기는 지름이 200㎞에서 1,50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태풍의 에너지원은 따뜻한 해면에서 증발한 수증기. 태풍의 강력한 소용돌이로 이 수증기를 수렴한 공기가 중심부로 쏠리면서 상승하면서 뭉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엄청난 열을 일으키면서 더워진 공기는 또다시 상승기류를 만들어 힘을 키운다.

우리나라로 올라오는 태풍은 대개 필리핀 동부의 열대해상에서 발생,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 받으며 힘을 키워 북위 30도 이상의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한다. 태풍의 절반 이상이 7∼9월에 집중 발생한다.

태풍은 대체로 지구의 자전과 태풍 자체의 소용돌이에 의해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특히 여름철에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은 처음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오른쪽에 두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북서쪽으로 시속 20㎞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다가 중위도 편서풍지대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속도가 2배 정도 빨리해 포물선 궤도를 그린다.

그러나 태풍 진로는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거나(제트기형), 느린(거북이형) 것이 있는가 하면, 지그재그이거나(갈지자형),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무는(정중동형) 태풍도 있다. 1994년 7·8월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왈트는 한반도 주변에 거대한 하트모양을 그리며 오락가락했고, 뒤이어 발생한 태풍 더그는 한반도에 막 상륙하려다 거의 반대쪽 방향으로 바꿔 돌아가 예보관들에게 애를 먹였다.

태풍의 위력은?

보통 크기의 태풍도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보다 1만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위력 때문에 '호랑이 새끼도 호랑이고, 콩 태풍도 태풍'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태풍의 위력은 중심부의 바람 세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때로는 태풍 전면부에서 발달하는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상륙한 태풍 '루사'는 전국에 폭우를 쏟아 부어 물바다로 만들어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태풍은 1959년 9월17일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로 빠져나간 '사라'로 부산지방 최저해면기압이 951.5h갌이었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태풍은 1936년 8월 26∼28일 태풍(당시에는 태풍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음)으로 사망·실종자가 1,231명이나 됐다. 재산피해가 가장 큰 것은 지난해 8월30일∼9월1일 우리나라를 통과한 태풍 '루사'로 5조1,479억원의 피해를 냈다. 이 때 강릉지방의 하루 강수량이 870.5㎜로 우리나라 1일 및 2일 연속강수량 최다기록을 세웠다. 또 가장 늦게 영향과 피해를 준 태풍은 '세스'로 1994년 10월12일이었다.

긍정적인 효과도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므로 큰 피해를 주지만 그렇다고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저위도에 축적된 대기의 에너지를 고위도지방으로 운반해 지구상 남북간의 온도 균형을 맞춰준다. 또한 태풍이 지나갈 때에는 바닷물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바닥에 있던 플랑크톤이 위로 올라와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적조를 예방한다. 1994년 여름은 무척 무덥고 가뭄이 극심했는데 8월에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더그'는 무더위를 식히고 가뭄을 해갈해 '효자 태풍'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치영 기상청 예보관은 "우리가 쓰는 물의 70%는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이 가져다준다"며 "태풍은 많은 피해를 낳지만 가뭄 해갈에도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기상청 윤석환 기상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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