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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자기 이름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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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자기 이름 부르기

입력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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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폴 드르와의 '101가지 철학 체험'이란 책이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철학적 개념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가 '자기 이름 부르기'이다. 소요시간 약 20분, 준비물은 조용한 방이다. 거기서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또박또박 우렁차게 외친다. 아주 멀리 있는 사람을 불러 세울 때처럼 애절하고 큰 소리로 자기를 부른다. 강가에서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를 향해 소리치듯, 그렇게 불러야 한다.자꾸 하다 보면 정말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계속 부른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우리의 이름은 남이 부르라고 만든 것이지 자기가 부르자고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자기 이름처럼 낯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게 새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우리도 가족이 모두 출타한 오후엔 조용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자기 이름을 외쳐보자. 낯선 자기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더위를 피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명심하라. 소요 시간은 20분이다. <주의: 너무 오래 하면 목이 쉬거나 정신이 이상해질 수 있다. 집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하다간 병원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자기 이름도 마음대로 못 부르다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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