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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공직자들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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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공직자들의 휴가

입력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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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갈 만한 휴가지는 많지 않다. 일반인들처럼 외국에 나가는 것은 아직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청해대를 비롯한 군 휴양시설을 애용했다. 지난주에 쉬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휴가지도 충청지역의 군 휴양시설로 추정되고 있다. 당선자시절 1박2일로 제주도에 가족휴가를 다녀온 노 대통령은 5월에도 사흘 동안 쉰 적이 있다. 그는 휴가나 휴식의 중요성을 어느 대통령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청와대에 일찍 돌아왔지만 참모들이 제대로 휴가를 할 수 있게 지난주 공식 집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 직장의 간부들도 그렇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마음 놓고 휴가를 하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었다. 휴가를 반납하고 자리를 지키거나 휴가 중에 일이 생기면 급하게 돌아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또 쉬더라도 대통령이나 사장의 휴가기간에 맞춰 살짝 다녀오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강금실 법무, 김두관 행자부장관처럼 통 크게 1주일 쉬는 것이 아직도 화제가 될 정도다. 장관의 휴가기간은 차관을 비롯한 그 밑의 간부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기 마련이다. 윗사람이 솔선해 휴가를 하라고 종용해도 공직사회의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 동·서양 지도자들의 휴가행태는 대조적이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여론이 좋지 않은데도 2일부터 한 달 동안 크로포드목장에서 휴가 겸 집무를 하고 있고, 블레어 영국 총리는 2일부터 3주 동안 쉬고 있다. 특히 골치 아픈 일이 많은 블레어의 휴가지는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소유인 바베이도스의 450만달러짜리 호화별장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1∼4일을 쉰 데 이어 11일부터 나흘을 2차로 쉬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지도부가 전통적으로 애용해온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의 여름휴가를 취소했다고 한다.

■ 어떤 식으로 쉬든, 문제는 휴가를 자기성찰과 재충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창동 문화부장관은 사흘 말미를 얻고도 일에 치여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한다. 김두관 장관은 한총련의 미군 사격훈련장 난입시위 때문에 국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하루 수백 건이나 되는 집회를 휴가기간에 다 보고 받아 알고 있어야 하느냐"는 그의 항변에는 일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휴가에서 돌아온 노 대통령이 맨 먼저 한 일은 신문사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보이니 참 딱한 일이다. 고이즈미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실컷 잠이나 자겠다"고 했다던데.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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