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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음악·무용 융합이 21세기 공연예술 형태"/서울예술단 총감독 신선희씨 가무악극 "청산별곡II" 직접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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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음악·무용 융합이 21세기 공연예술 형태"/서울예술단 총감독 신선희씨 가무악극 "청산별곡II" 직접 연출

입력
200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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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음악, 무용의 융합이 21세기 공연 예술의 형태가 될 겁니다."서울예술단 신선희(57·사진) 총감독이 극과 음악, 무용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가무악극이란 새로운 장르 실험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1999년 서울예술단에 온 이후 처음으로 직접 연출을 맡는 가무악극 '청산별곡 II'에서도 그런 실험 정신이 드러난다.

28∼3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청산별곡 II'는 고려 대몽 항쟁기에 청자를 빚는 도공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무용을 중심으로 창작 국악과 구음(口音) 등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서양 그림자극, 무용수들이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이는 동작, 마임 등의 다양한 실험이 곁들여진다. 노래와 구음의 많은 부분은 가수 한영애씨가 맡았다.

"고대 그리스 연극이나 우리나라 고대 연극의 형태가 이랬어요. 우리가 대사 위주의 연극만 받아들여서 모른 거죠." 신 감독은 가무악극을 '동양 음악극'이라고 표현한다. 서양 뮤지컬과 다른 점은 연기 대신 무용적 요소가 많다는 것.

그는 "대사가 있는 연기보다는 무용이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효용론을 덧붙였다. 그러나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15년이 넘는 미국 생활 동안 얻은 교훈은 '동양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서양적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의 독자적인 문화 코드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표현방식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는 전설적 무용가인 최승희와 서예를 무용으로 표현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예로 들었다. "둘 다 상반신 동작은 동양적이지만 하반신은 발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발레의 정형성과 동양적 요소가 잘 어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장르인 아이리시 탭 댄스에 대해서도 "전통을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것"이라며 전통 현대화의 성공사례로 꼽았다.

"서양의 경우는 화석화한 동서양의 여러 요소를 거리낌 없이 차용해 작품 속에서 부활시킵니다. 모든 것이 재료죠. 우리는 여러 나라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지 활용에는 관심이 적어 아쉽습니다." 대신 그는 극의 바탕 정서는 철저하게 한국적 요소에서 찾아야 차별화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굿이나 제의에 관심이 많아요. 제의의 상징성에서 메시지를 찾곤 합니다." 가수 한영애씨를 선택한 것도 구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2000년 자신이 대본을 쓴 '청산별곡'을 대폭 손질한 이번 작품에서도 여러 서양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우리 정서를 충실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의 메시지는 '힘의 문명은 궁극적 승리를 거둘 수 없다'이다. 몽고에 짓밟히면서도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도공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주의에 대한 간접적 비판도 곁들였다고 한다.

"무조건 전통을 현대화한 창작극이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일단 와서 한 번 보세요. 창작극 재미있습니다." (02)523―0986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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