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영 대법원장이 취임 4년 만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진퇴양난에 처한 최 대법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시나리오 1> 소신대로 간다 시나리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에 제시한 3명 중에서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청와대의 결정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법조계 안팎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부장판사들과 연판장을 주도한 소장판사들은 대법원의 제청 여부를 지켜본 뒤 새로운 행동 방침을 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장 퇴진 요구나 판사들의 집단 사퇴 파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이 대법원장 지명 몫인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여성 또는 개혁적 법조인을 지명하려는 것은 이 같은 반발을 무마해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받아들이면 상황은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선례는 없지만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하면 사태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헌법상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이 갖는 한계와 사법권 독립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질 것이 분명하다. 대법원장으로선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해 주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시나리오 2> 제3의 후보를 제청한다 시나리오>
가능성은 낮다. 이미 공개된 3명의 후보에 결격 사유가 없는데 다른 후보를 제청하는 것은 대법원장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데다, 청와대와의 충돌에 따른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부담을 감안하면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일단 청와대에 기존 후보를 제청한 뒤 거부되면 제3의 후보를 제청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모양새는 구겨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제시된 후보들의 체면 손상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 법조계의 반발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시나리오 3> 제청보류 후 원점서 재론 시나리오>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엇보다 현 서성 대법관 임기 만료(9월 12일) 전에 신임 대법관 선임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국회 임명동의 등의 절차를 감안할 때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후보 선임 절차에 대해 여전히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고, 어떤 절차를 거치더라도 궁극적으로 개혁 성향 인물이 제청 되지 않으면 반발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이 또한 당장의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의견 수렴 방법도 문제다.
최 대법원장으로선 본인과 사법부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으면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묘책을 놓고 고심할 것이다. 주말 연휴 동안 그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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